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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방망이가 침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비판해서는 안된다. 결국 컨디션은 고척돔 연습경기에서 끌어올려질 것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첫 실전을 치렀다. 하지만 결과가 실망스러웠다. 대표팀은 19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 셀룰러필드에서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첫 실전경기를 가졌다. 대표팀은 4개의 안타밖에 치지 못했다. 득점은 없었다. 0대4 패배였다.
하지만 삼성과 대표팀은 차이가 있었다. 삼성 역시 오키나와에 입성해 15일 니혼햄 파이터스에 2대5로 패하고, 16일에는 한신 타이거즈에 0대9 완패를 당했다. 그리고 이 두 경기를 통해 감을 잡은 타자들이 결국 18일 요미우리전에서 대폭발하며 한국프로팀 첫 승리를 따냈다.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그리고 대표팀과 삼성 전력의 차이가 있든, 없든 수개월을 쉬다 오랜만에 1군 전력 투수의 공을 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150km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때려낼 수 있다면 그 선수는 힘든 시즌 준비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김인식 감독이 요미우리전 후 "공을 본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경기"라고 한 것이다.
대표팀은 22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두 번째 연습 경기를 치른다. 이 때도 타선이 허둥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차라리 연전이었다면 모를까, 요미우리전 이후 이틀이 지나 경기를 하기에 요미우리 투수들의 공을 봤던 감이 사라졌을 수 있다. 그리고 두 경기 만에 실전 감각을 100%로 끌어올리기는 무리다. 여기에 현재 일본팀 투수들의 페이스는 최고조다. 일본은 당장 다음주부터 시범경기가 실시되기에, 현재 투수들이 컨디션을 시범경기 개막에 맞춰 끌어올려 놓은 상황이다.
결국 요코하마전까지는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마음 편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선수마다 타석에 들어서 실험해보고자 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실제 이용규(한화 이글스)는 1회 첫 타석 상대 투수가 공 3개를 던질 때까지 배트를 내지 않았다. 직구, 변화구를 나누어 지켜보며 타이밍을 잡기 위함이었다.
요코하마전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대표팀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는 쭉 이어진다. 한국에 돌아가면 쿠바, 호주와의 연습 경기가 잡혀있다. 또, 대회 참가국이 모두 소화해야 하는 상무, 경찰 상대 경기도 기다리고 있다. 대회 개막 직전 연습 경기까지 타격 부진이 이어진다면, 그 때는 걱정의 시선을 보내도 되겠지만 지금은 이르다. 선수들이 편한 마음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요코하마전에서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안타를 몰아치며 자신감을 찾는 일이다.
오키나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