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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계약을 했으면 한 시즌 정도는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두 번은 잘 해야 돈 들인 명분이 생긴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선발 영입에 공을 들였다가 치솟는 몸값이 부담돼 발을 뺀 한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서른 넘은 투수들과 4년 계약을 하는 건 위험 요소를 안고 가는 일이다. 계약 기간 4년 동안 구단이 해당 투수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는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던진 투수가 계약 기간 내내 온전한 몸 상태를 유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FA 투수들의 실패 사례가 적지 않은 이유다.
장원삼은 2013년 말 4년-60억원에 삼성에 남았다. FA 계약 직전 두 시즌 동안 30승을 따낸 장원삼은 2014~2015년, 계약 첫 2년 연속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렸다. 그러나 부상 때문에 몇 차례 로테이션을 걸러 2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26경기에서 5승8패, 평균자책점 7.01에 그쳤다. 허리와 목 부상으로 제구가 흔들렸고, 한 달 넘게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에는 불펜에서 던졌다. 지난 3년간 성적은 26승22패, 평균자책점 5.44.
장원삼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등 지금까지 몸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마무리 캠프에도 참가했다. 삼성으로선 장원삼이 선발 한 축을 지켜줘야 로테이션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김한수 감독은 "장원삼이 12~1월 보강 훈련을 잘 하고 있다. 부진을 만회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2014년 말 한화와 4년-21억5000만원에 계약한 배영수는 2015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2경기에 등판해 4승11패, 평균자책점 7.04를 기록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여기저기 아프긴 했어도 계약 첫 시즌 최선을 다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지난해에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여전히 건강을 자신할 수 없는 나이지만, 온전한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 참가해 실전 피칭을 소화한 배영수는 새해를 맞아 일본 돗토리서 개인훈련을 하기로 했다. 배영수가 건강하게 시즌을 맞는다면 한화는 선발진 구성에서 고민을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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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10경기 등판해 그친 송승준도 계약 두 번째 시즌을 맞아 재활 훈련에 한창이다. 송승준은 지난해 10월 26일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중이지만, 다음달 전지훈련에는 참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송승준은 지난 시즌 햄스트링, 오른쪽 어깨 등 잦은 부상으로 1군과 재활군, 퓨처스리그를 오르내렸다. 1군 성적은 1승2패, 평균자책점 8.71이었고, 퓨처스리그서는 3승2패, 평균자책점 2.66을 올렸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 2명과 토종 영건 박세웅 등 3명의 선발 보직이 사실상 확정됐고, 나머지 두 자리는 경쟁을 통해 정할 계획이다. 송승준도 선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조원우 감독은 "승준이는 일단 캠프 참가는 못하고, 시즌 개막을 지나서 5월쯤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베테랑 선발이 없는 상황에서 송승준이 살아난다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들의 부활은 소속팀의 올시즌 성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전성기 기량을 한 번쯤은 보여주기를 팀들은 기대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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