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꿈 3번째 FA, 현실은 싸늘한 협상 테이블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12-15 11:46 | 최종수정 2016-12-15 11:50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LG트윈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정성훈이 8회말 2사 2,3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진루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10.25/

3번째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은 고사하고 냉기류만 흐른다. 서른 중반의 나이, 이 숫자를 바라보는 선수와 구단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이진영과 정성훈(이상 36) 얘기다. 나란히 80년생으로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 여덟살이다. 1999년 신인 드래프트 출신으로 '모범 FA'로 불렸지만 나이 앞에 장사 없다. 협상 테이블에서 마냥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군산상고 출신 이진영은 1999년 쌍방울(현 SK)에 입단해 첫 해부터 적잖은 기회를 받았다. 65경기에서 190타수 49안타 타율 2할5푼8리에 4홈런 13타점을 올렸다. 이후 2008년까지 SK 주전 우익수로 활약했다. 태극마크를 달고서는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 범위를 과시해 '국민 우익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광주제일고 출신 정성훈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1999년 바로 주전이 됐고 그 해 108경기에서 366타수 107안타 타율 2할9푼2리에 7홈런 39타점을 수확했다. 이후 2003년 현대에 새 둥지를 틀었다. 3루에서 안정된 수비와 평균 이상의 히팅 능력을 자랑했다. 정성훈은 늘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3루수로 꼽혔다.

둘은 2008년 시즌 뒤 나란히 첫 FA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친정팀을 떠나 LG 유니폼으로 갈아 입으며 한솥밥을 먹었다. 또 2012시즌 뒤에는 다시 한 번 FA 권리를 행사해 LG와 4년 계약에 성공했다. 액수는 34억원으로 같았다. "둘 모두 꼭 잡아야 한다"는 LG 팬들의 목소리에 구단이 반응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2008년 겨울, 2012년 겨울 같은 강력한 러브콜이 없다. 2명의 베테랑을 향한 팬들의 요구도 강력하지 않다. 이진영과 정성훈은 한 번도 하기 힘든 FA 자격을 3번이나 얻었지만 더 이상의 대박은 없다. 계약기간, 계약금, 연봉 등 모든 조건에서 구단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단이 적극적인 제시와 행동을 하지 않아 선수들의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KBO 규정상 첫 FA 자격을 얻으려면 풀타임 8~9년을 채워야 한다. 대졸 선수는 8년, 고졸 선수는 9년이다. 이진영과 정성훈은 고졸 출신으로 정확히 프로 10년 차에 첫 FA 자격을 얻었다. 엄청난 페이스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를 통해 병역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번째 FA 자격 획득, 세 번째 FA 자격 획득 과정도 척척 진행됐다. 단 한 번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으면서 매해 풀타임을 채웠다. 보통의 선수라면 군입대, 부상 등의 변수로 단 한 번 FA 계약을 하고 은퇴하기 마련이지만 이 둘은 달랐다. 철저한 자기 관리, 선천적으로 유연한 몸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이 됐다.

그러나 현재 구단은 소극적이다. 큰 돈을 줄 수도, 많은 기간을 보장할 수도 없다. 둘은 매 시즌 출전만 시키면 어느 정도 성적을 낼테지만, 반대로 그만큼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그것이 세번째 FA 계약이 어려운 이유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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