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가 긴휴식기를 갖고 있다. 미뤄뒀던 가족여행도 가고, 결혼식도 줄을 잇는다. 또 한쪽에선 자선야구를 하고, 또 다른 이는 FA보상선수로 팀 이적을 통보받고, 다른 누군가는 해외진출을 위해 비행기로 바삐 국경을 오간다. 감독들은 내년 시즌 구상으로 바쁘고, 구단들 역시 결산보고와 함께 2017년 로드맵 구성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프로야구 비활동기간은 정중동이다.
올해는 예전보다 휴식기가 길어졌다. 지난해까지는 12월1일부터 1월15일까지 비활동기간, 1월 15일에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선수협은 올해부터는 비활동기간 연장과 규칙 엄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스프링캠프 출발은 예외없이 2월1일, 12월에는 선수들이 야구장에 나오는 것조차 규칙위반이다. 1월에는 야구장에서 개인운동을 할 수 있지만 코치나 트레이너로부터 훈련지도를 받지 못하게 했다. 자율훈련의 취지를 살린 셈이다.
최근 트렌드는 삼삼오오 모여서 괌이나 사이판, 오키나와 등지로 개인훈련을 떠나는 것이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선수들끼리 의기투합해 합동훈련을 한다. 며칠간은 가족여행을 겸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베테랑 선수들, 고액연봉 선수들 위주다. 젊은 선수, 저액연봉 선수들에게는 적지않은 부담이다. 이들은 대신 지역 헬스클럽이나 구단 훈련시설을 이용해 왔다. 올겨울부터는 이마저도 훈련패턴을 바꿔야 한다. 선수협은 전국 재활센터와 스포츠센터 수십곳과 업무협약을 맺어 선수들이 무료로 이용토록 했다. 시행초기여서 제도 정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프런트나 사령탑 입장에서는 비활동기간이 걱정이다. 소속 선수들이 체력과 어느 정도의 감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수술과 재활 선수들의 경우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한번 만들어둔 몸 컨디션을 망가뜨리면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린 선수들의 경우 생활면에서 절제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있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은 "2월1일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면 사실상 시범경기까지는 한달여 시간이 남는 셈이다. 바로 청백전을 치를 수 있는 다소 준비된 몸상태가 필요하다. 개인훈련으로 감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모든 것을 맡겨둘 수 밖에 없다.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에서 뚜렷한 성과가 있었다. 선수들이 한번 만들어둔 몸과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FA대박, 해외진출 등 야구인생 성공기를 적어낸 동료 중 상당수가 겨울 훈련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스스로 목적을 가지고 땀을 흘리는 시간이기에 성과 또한 적지않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쉬어야 다시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쉬면 결과는 뻔하다. 잘 쉬고, 잘 대비하는 것, 이 또한 선수들에겐 전략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