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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박원순 시장)는 지난 2일 잠실야구장 신축을 놓고 건립 형태에 대한 전문가 및 시민토론회를 가졌다. 장소였던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 9층에 앉을 자리가 부족해 서서 볼 정도로 참가 열기는 뜨거웠다. 서울시 관계자, 교수진, 시의원, KBO, 프로구단, 경기장 설계 전문가,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토론 페널로 참여했다. 시민단체, 지역 주민, 야구팬들은 질문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시가 신설 잠실야구장 계획을 공개한 건 지난 4월이었다. 새 잠실야구장은 서울 코엑스와 잠실을 잇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에 포함돼 있다. 현 잠실야구장과 잠실주경기장 주변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서울시의 현재 계획대로라면 현 잠실야구장은 사라지고 강변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또 이 주변에 전시시설 등이 새로 생기고, 잠실주경기장은 현 위치에서 보수 유지된다. 이 사업은 밑천은 예전 한국전력 본사 부지가 현대자동차그룹에 팔리면서 공공기금으로 서울시가 쓸 수 있는 1조7000억원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발표한 신축 야구장은 민간투자 사업이다. 규모는 3만5000석 이상으로 돼 있다. 건립 형태를 두고 처음 계획 단계에선 개방형으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러나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돔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결국 신축 잠실야구장 사업의 시작도 '돈' 재원을 어떻게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을 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 어느 정도 수준의 야구장을 만들어 향후 몇 십년 동안 어떤 식으로 수익을 내면서 유지하고 쓸 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서울시는 민간투자 사업이라고 못박고 시작하는 것부터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돔형 건립비는 약 4000억원(3만5000석 기준)이고, 개방형의 경우 약 2500억원이 든다. 개폐형 돔형은 40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이 엄청난 건립비를 현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두 구단에 맡기는 건 가혹하다. 물론 서울시가 민간투자 사업이라고만 했지 두 구단이 알아서 하라고 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현 잠실야구장을 부수고 신축한다고 결론낼 경우 새 야구장이 절실히 필요한 건 두산과 LG 두 구단이다. 다른 기업이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수 천억원을 투자하는 건 결코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중심이 돼 건립 예산을 어느 정도로 잡고 있으며, 향후 두산과 LG 두 구단, 그리고 제 3의 운영 주체가 참여할 경우 어떤 식으로 운영할 지에 대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게 우선 과제다. 이 작업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경우 신축 잠실야구장의 형태는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말 개장한 국내 최초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여러 차례 우여곡절과 설계 변경을 통해 지금의 돔이 탄생했다. 고척돔 건립 때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좀 늦더라도 첫 공사 전에 검토와 준비 단계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