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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축 잠실야구장 토론회, 건립형태 이전에 돈 얘기부터 하자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6-12-0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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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박원순 시장)는 지난 2일 잠실야구장 신축을 놓고 건립 형태에 대한 전문가 및 시민토론회를 가졌다. 장소였던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 9층에 앉을 자리가 부족해 서서 볼 정도로 참가 열기는 뜨거웠다. 서울시 관계자, 교수진, 시의원, KBO, 프로구단, 경기장 설계 전문가,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토론 페널로 참여했다. 시민단체, 지역 주민, 야구팬들은 질문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토론회의 취지는 바람직했다. 신축할 예정인 새 잠실야구장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은데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가 뭔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첫 토론회라는 한계가 있었고, 무엇보다 찾아온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페널 참가자들 조차도 신축 야구장을 포함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계획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데이터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토론은 자꾸 겉돌았다. 패널 참가자들도 인정한 아쉬운 부분이었다.

서울시가 신설 잠실야구장 계획을 공개한 건 지난 4월이었다. 새 잠실야구장은 서울 코엑스와 잠실을 잇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에 포함돼 있다. 현 잠실야구장과 잠실주경기장 주변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서울시의 현재 계획대로라면 현 잠실야구장은 사라지고 강변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또 이 주변에 전시시설 등이 새로 생기고, 잠실주경기장은 현 위치에서 보수 유지된다. 이 사업은 밑천은 예전 한국전력 본사 부지가 현대자동차그룹에 팔리면서 공공기금으로 서울시가 쓸 수 있는 1조7000억원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발표한 신축 야구장은 민간투자 사업이다. 규모는 3만5000석 이상으로 돼 있다. 건립 형태를 두고 처음 계획 단계에선 개방형으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러나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돔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돔형과 개방형의 장단점에 대해서 거의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다. 돔형은 만들고 운영하는데 예산이 많이 들지만 날씨에 상관없이 연중 야구를 할 수 있다. 반면 개방형은 날씨 영향을 받지만 돔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 일부 패널 참가자들은 돔형과 개방형의 장점을 살린 개폐형돔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정도는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수준의 얘기다. 행사 제목은 토론회인데 패널 참가자들이 토론 대신 각자의 의견을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선에서 그쳤다.

결국 신축 잠실야구장 사업의 시작도 '돈' 재원을 어떻게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을 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 어느 정도 수준의 야구장을 만들어 향후 몇 십년 동안 어떤 식으로 수익을 내면서 유지하고 쓸 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서울시는 민간투자 사업이라고 못박고 시작하는 것부터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돔형 건립비는 약 4000억원(3만5000석 기준)이고, 개방형의 경우 약 2500억원이 든다. 개폐형 돔형은 40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이 엄청난 건립비를 현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두 구단에 맡기는 건 가혹하다. 물론 서울시가 민간투자 사업이라고만 했지 두 구단이 알아서 하라고 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현 잠실야구장을 부수고 신축한다고 결론낼 경우 새 야구장이 절실히 필요한 건 두산과 LG 두 구단이다. 다른 기업이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수 천억원을 투자하는 건 결코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중심이 돼 건립 예산을 어느 정도로 잡고 있으며, 향후 두산과 LG 두 구단, 그리고 제 3의 운영 주체가 참여할 경우 어떤 식으로 운영할 지에 대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게 우선 과제다. 이 작업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경우 신축 잠실야구장의 형태는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말 개장한 국내 최초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여러 차례 우여곡절과 설계 변경을 통해 지금의 돔이 탄생했다. 고척돔 건립 때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좀 늦더라도 첫 공사 전에 검토와 준비 단계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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