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왕조 이끈 핵심 멤버들, 361억에 흩어지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11-25 09:17


삼성은 이번에 최형우가 KIA 4년 100억원에 FA 계약을 맺으면서 떠나 세대 교체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해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FA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영입이 아닌 유출 측면이다.

이번 FA 시장 야수 최대어 최형우가 24일 KIA 타이거즈와 4년 100억원에 계약했다. 최형우는 해외 진출과 국내 잔류를 고민하다 KIA의 거액 제안을 받아들였다. 최형우가 빠져 나가면서 삼성은 공격에서 전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강력한 외인 타자를 영입하지 않는 이상 내부적으로 중심타자를 키워 포진시켜야 한다. 삼성은 또다른 FA 차우찬마저 떠난다면 그 공백을 메우지 않는 한 투수력 또한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삼성은 한때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했다. FA 시행 첫 해인 2000년 삼성은 당시 해태 타이거즈 에이스였던 이강철과 LG 트윈스 포수 김동수를 각각 3년 8억원에 영입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02년에는 LG에 있던 양준혁이 FA가 돼 친정팀 삼성에 4년 27억2000만원의 조건으로 복귀했다. 2004년에는 최고의 내야수 박종호를 4년 22억원에 영입했고, 2005년에는 거포 심정수와 국가대표 유격수 박진만을 합계 99억원에 불러들여 FA 시장의 주인공으로 그 위세가 정점을 찍었다.

이후 삼성은 내부 FA 단속에만 신경쓰면서 유망주 육성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는 2005~2006년 우승, 2011~2014년, 4년 연속 우승으로 이어졌다. '삼성 왕조'의 건설은 적극적인 FA 계약 및 체계적인 유망주 육성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삼성은 올해 9위에 그치며 '왕조'의 위상이 급추락했다. 내년에도 획기적인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하위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삼성의 전력 약화는 핵심 선수들의 잇달은 이탈 때문이다. 최근 FA 계약을 하며 삼성을 떠난 선수들을 보면 지난해 박석민(NC), 2014년 권 혁과 배영수(이상 한화), 2013년 오승환(한신), 2012년 정현욱(LG) 등을 들 수 있다.

오승환의 경우 2013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풀타임 8시즌을 마쳐 국내 FA 자격은 발생했지만, 풀타임 9시즌이 필요한 해외 진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으로 이적했다. 당시 오승환이 FA를 신청하지 않는 대신 KBO리그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권리를 삼성과의 협상을 통한 해외 진출로 사용했다고 보면 실질적으로 FA 이적이나 다름없다. 이는 향후 오승환이 국내로 복귀하는 경우 2013년말 일본으로 떠난 것이 FA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간주돼 삼성에서 4시즌을 더 뛰어야 비로소 자유로운 신분이 된다는 KBO의 유권해석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이 삼성을 떠나 다른 팀과 계약할 때 몸값은 박석민이 4년 96억원, 권 혁 4년 32억원, 배영수 4년 21억5000만원, 정현욱 4년 28억6000만원이다. 오승환은 한신과 2년 8억원(약 83억원3000만원)에 계약했다. 여기에 이번에 KIA와 계약한 최형우의 몸값 100억원을 합치면 최근 4년간 삼성 왕조를 이끈 핵심 멤버들이 떠나면서 받은 몸값은 총 361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삼성은 장원삼 박한이 윤성환 안지만 이승엽 등 내부 FA 계약에는 297억원을 들였다.

과연 삼성이 차우찬을 잡을 수 있을까. 만일 차우찬이 해외 진출이나 국내 다른 팀으로 옮긴다면 삼성 내부의 세대 교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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