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리틀 정경하 감독 "박민서, 야구 재능을 타고났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6-11-20 18:39


사진제공=박철희씨

"정말 대단한 선수를 만난 것 같아요."

성동구리틀야구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정경하 감독은 30년이 넘게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성동리틀에서만 20년 가까이 일했다.

성동리틀이 자랑하는 스타 선수들도 있다. 한화 임수민 코치가 1기 졸업생이고, LG 류제국(11회), NC 김종호(12회), KIA 박찬호(24회) 등 많은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 정경하 감독은 그만큼 많은 선수의 시작과 출발을 지켜봤다.

박민서의 아버지 박철희씨는 정경하 감독을 '은인'으로 꼽았다. 딸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민서가 야구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왔고, 재능을 발굴해줬다.

정경하 감독은 "내가 도와준 것은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이전에도 여자 선수가 몇 번 있었는데, 민서처럼 확실히 꿈을 가진 아이는 처음 본다"고 했다.

감독의 시선으로 봤을 때, 재능의 싹이 보인다. "현재 6학년 남자 또래들과 비교해보면 민서가 대회에서도 훨씬 더 잘한다"는 정경하 감독은 "남자 선수들보다 투구 스피드가 더 빠르고, 2이닝을 무난히 던져준다. 여자 선수들은 보통 운동 신경이 있어도 공을 던질 때 밀면서 던지는데, 민서는 잡아챈다. 방망이를 칠 때도 임팩트에 힘을 싣는다. 그래서 저 작은 체구에서 장타가 나온다. 어떻게 저런 동작이 나오는지 신기하다. 천부적으로 타고났구나 싶다"며 놀라워했다.

남자 선수들과 똑같이 기초 체력 훈련을 시켜도 처지지 않는다. 정경하 감독은 "지금 프로에 간 선수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재능이 보였다. 민서 같은 경우는 지금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의 어릴 때와 비교해보면 전혀 손색이 없다. 제국이가 6학년일 때와 비교하면 뒤지지 않는다"면서 "고등학교에 가면 신체 조건 차이가 많이 벌어지니까 그게 걱정이지만 재능만큼은 분명히 보인다"고 했다.

여자 선수라서 스스로 주눅이 드는 면도 있고, 또 상대가 무시하는 일도 있었다. 정경하 감독은 "민서가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는 상대 투수들이 여자애라고 깔봤다. 그러다 스윙하는 것을 보고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야구 선수니까 삼진도 먹지만, 결정적일 때에 잘 쳐준다. 사실 3번 타자 정도를 맡아야 하는데, 민서 본인이 부담을 느낀다. 만약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사람들이 '여자니까 못한다'고 할까 봐 하위 타선을 자청한다"고 전했다.


민서의 꿈을 누구보다 응원하지만, 마음고생을 할까 봐 염려도 된다. 리틀야구단에 속한 남자 선수들은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잘한다면 탄탄한 프로의 길도 보장돼 있다. 하지만 여자는 이야기가 다르다. 열정 하나로 덤비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정경하 감독은 "개척할 길이 멀다. 그래도 본인이 워낙 좋아하니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민서를 직접 본 다른 감독들도 다 '쟤는 앞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남자애들보다 더 잘하는데 길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언제쯤 한계가 올지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열정이 있는 선생님을 만난 민서의 바람도 있다. 바로 성동구리틀야구단에 더 많은 선수들이 모이는 것이다. "우리 팀이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민서는 "더 많은 선수들이 와서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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