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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님~"
호칭을 부른 선수도, 새 직함을 단 지도자도 영 어색하다. 넥센 히어로즈 김동우 배터리코치(36), 주전 포수 박동원(26)은 지난 10월 31일 서로를 마주 보며 한참을 웃었다. 불과 며칠전만 해도 전력분석 팀장과 선수로 지냈던 그들. 이제는 코치, 선수 관계가 됐다.
"코치님~"하고 살갑게 인사했다. 김 코치는 얼떨떨했지만, "어 동원이 왔구나"라고 반갑게 등을 두드려주며 미소를 지었다. 현재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 중인 김 코치와 17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동기였던 이택근이 축하 메시지"
스포츠조선은 1년 전 김 코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심재학 당시 타격 코치가 "밤을 새면서 데이터 정리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의 출신이었다. 불펜 포수를 하다가 전력분석 팀장까지 된, 야구계에서, 넥센 안에서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포수 출신인 김 코치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0년 훈련 도우미로 현대 유니콘스에 들어가 2년 간 투수 공을 받았다. 이후 군 문제를 해결한 뒤 2004년 다시 현대에 들어가 배팅볼 투수로 공을 던졌다. 그러다 전력 분석 일을 시작했다. 당시 김경남 현대 전력분석 팀장에게 몇 차례나 부탁을 해 기호 수칙, 상황별 기록법을 어깨 너머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지난 달. 그의 성실함과 분석력을 높게 산 구단이 배터리 코치를 제안했다.
김 코치는 "축하 전화를 많이 받았다. 동기인 이택근 선수가 '한 자리에서 성실하게 하니깐 좋은 자리도 간다'면서 축하한다고 하더라"며 "타구단 전력분석원들도 전화,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인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동원이 바로 '코치님'이라고 말해 좀 어색했고 서로 웃었지만 고맙게 생각한다. 평소 많은 대화를 했던 선수이니 앞으로도 잘 소통하면서 시즌 준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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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코치는 이번이 첫 코치 생활이다. 그간 1대1 면담을 통해 각종 데이터를 설명한 적은 있으나, 1대1로 기술을 지도한 적은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포수 이론, 선수를 가르치는 스킬 등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코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프로 경력만 없을 뿐 야구를 오래했다. 현장 경험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 팀의 훈련 방식을 잘 알고 있어 걱정은 없다. 또 포수들의 장점, 단점도 다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선수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지도할 생각이다. 올해까지 전력분석 팀에서 선수들, 기존 코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김 코치는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어떤 훈련 방식을 선호하는지 얘기를 들어보고 최대한 맞춰갈 예정"이라면서 "이곳 가고시마에서는 경기를 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다들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 장점인 데이터 활용할 것"
넥센이 이번에 김 코치를 배터리 코치로 선택한 건 최근 몇 년간 어린 선수들의 업그레이드를 도왔기 때문이다. 그는 전력분석 파트 중 타격 파트를 책임지며 고종욱, 임병욱, 박정음 등의 성장을 도왔다. 확실한 결과물을 냈다. 동시에 상대 팀 타자들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갖고 있다. A선수가 어느 코스에, 어느 구종에 약점을 보이는지 줄줄 읊을 정도다. 구단은 이런 김 코치의 지식과 노하우, 분석력이 포수 볼배합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김 코치도 "보통 코치 님들이 우리 팀 선수들에 대해서만 정확히 알고 계신다. 그러나 나는 전력분석 일을 오래했기 때문에 다른 팀도 많이 알고 있다"며 "나만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치가 됐지만 전력분석 브리핑을 계속할 생각을 갖고 있다. 어느 것이 팀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포수들에게 오픈할 것이다. 옆에서 많이 도와주는 코치가 되겠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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