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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한화의 권력분할 실험, 양보와 소통이 성공열쇠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11-04 01:18


◇김성근 한화 감독. 스포츠조선DB

지난 3일 한화 이글스는 예상밖의 결정을 했다. 가을야구만큼이나 초미의 관심사였던 김성근 감독 거취 여부가 결정됐다. 1년 계약 기간이 남은 김성근 감독을 유임시키느냐, 경질시키느냐에 팬들의 시선이 쏠려있던 상태였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다음날 한화 구단은 '표면적으로는' 프런트 이원화 체제를 발표했다.

한화는 박종훈 전 LG트윈스 감독, 현 고양 다이노스(NC 2군) 본부장을 신임 단장에 임명했다. KBO리그 첫 감독 출신 단장이다. 기존 박정규 단장은 사업총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단장은 선수단 운영부문, 사업총괄본부장은 지원부문을 담당한다.

이날 한화는 프런트 구조변혁과 함께 유망주 육성과 선수단 체질개선을 위한 미래비전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보도자료 속에 담긴 다음 문구였다.

'박종훈 신임 단장 영입에 따라 구단은 업무영역을 확실히 구분해 김성근 감독에게는 1군 감독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박종훈 신임단장은 선수단 운영의 전반적인 관리 부분을 맡아 내부 유망주 발굴과 선수단의 효율적 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종훈 신임 한화 단장. 스포츠조선 DB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김성근 감독의 유임을 자연스럽게 보도자료속에 녹여서 발표했다. 한화 관계자들은 구두로는 김 감독의 유임을 알렸다. 잔여임기가 남은 감독의 유임을 따로 발표하는데 따른 부담도 저절로 사라졌다.

눈여겨 볼 대목은 '감독 본연의 임무 집중' 부분이다. 감독 출신의 단장을 영입함으로써 향후 프런트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감독들은 1군 뿐만 아니라 2군, 선수단 운영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들어 프런트의 시스템 야구가 점차 힘을 얻고 있지만 아직은 선수단 운영은 감독 의중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한화는 김 감독을 영입하면서 전권을 위임한 상태다. 타구단보다 감독의 역할이 중하다.

프런트에서 의견제시, 특히 단장이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기본적으로 야구를 잘 알아야 한다. 여전히 선수출신과 비선수출신에 대한 선입견은 존재한다. 모기업 임원출신 단장이 의견제시를 하면 현장에서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화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단장으로 하여금 김성근 감독의 짐을 일정 부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단 장악력이 다소 약화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첫번째는 한화가 처한 힘겨운 상황이다. 한화는 지난 수년간 최하위에 처져 있었다. 2014년 10월 우승청부사 김성근 감독을 '모셔왔지만' 2년 연속 가을야구에는 실패했다. 지난 3년간의 대규모 외부FA 영입, 100만달러를 상회하는 외국인선수를 영입했지만 제대로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부상선수 속출, 필승조 혹사논란으로 궁지에 몰렸다. 김성근 감독이 아무리 부정해도 배경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지 몰라도 현상은 팩트다.

가을야구에 대한 갈증해소를 더이상 미룰 순 없다. 대규모 투자 성과를 볼 때도 됐다. 구단 전체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때다.

두번째는 투타에서 최소 2~3명의 젊은 유망주가 발굴돼야 한다. 적어도 싹수는 확인해야 한다. 두산과 NC 등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 강팀으로 올라서는 것이 최근 트렌드다. 한화 팬들이 가장 바라는 부분이기도 하다. 박종훈 단장은 육성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전력을 짜내 성적을 내는 김 감독과 좋은 궁합을 이룰 수 있다.

어차피 투톱 체제는 견제가 기본 키워드다. 의견대립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양보만 소통만 전제된다면 논쟁도 플러스가 될 수 있다.

한화는 이번 혁신안을 수개월전부터 만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과 해임이 숙명인 감독은 일정 기간 머물지만 구단은 수십년, 나아가 100년 이상 존속된다는 명제 아래 고민했다는 부연설명도 있었다.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프런트 이원화는 넥센이 먼저 했고, 선수출신 단장이 이끄는 팀으로는 SK와 두산이 있다. 두 팀은 우승도 경험했다. 어찌보면 수년전부터 추진했었어야할 혁신작업이 늦어진 느낌도 있다. 늘 그렇듯 시스템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를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이 인간적으로 풀어나가야할 숙제가 많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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