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전한 메시지 "강력한 선발진, 그것이 정답"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11-03 09:43


두산이 2016 KBO리그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V5를 달성했다. 두산은 2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7대1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두산은 NC를 상대로 4연승을 기록하며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시상식에서 유희관이 니퍼트에게 샴페인을 뿌리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1.02.

두산 베어스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이 남긴 '교훈'은 딱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지켜본 각 구단 관계자들은 두산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전력에서 빠지는 구석이 없다. 불펜이 약하다고 했지만, 이번에 마무리로 나선 이용찬과 이현승도 잘 던졌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어느 팀도 갖지 못한 강점이었다"면서 "다른 건 몰라도 선발진 때문에 이겼다고 보는게 가장 맞다"고 했다. 또다른 야구인은 농담처럼 "그런 선발진이라면 나도 우승시킬 수 있겠다"고 했다.

두산의 전력을 실질적으로 떠받친 것이 강력한 선발진이라는 이야기다. 역대 한 시즌 최다인 93승을 올린 뒤 한국시리즈에서 4연승을 한 과정에서 두산 선발진은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돌아갔다. 4경기로 승부가 갈린 역대 7번의 한국시리즈 가운데 선발투수들이 모두 승리 거둔 것은 이번에 두산이 처음이다. 1차전 니퍼트가 8이닝 무실점, 2차전 장원준이 8⅔이닝 1실점, 3차전 보우덴이 7⅔이닝 무실점, 4차전 유희관이 5이닝 무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의 호투 '탓'에 두산 불펜진은 이용찬과 이현승을 제외하고는 등판 기회가 없었다. 이용찬이 3경기서 5이닝, 이현승은 3경기에서 3⅔이닝을 각각 던졌다. 두산이 단일 한국시리즈 최소 실점(2점), 최저 팀평균자책점(0.47)을 기록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규시즌에서는 어땠는가. 두산 선발 4명은 모두 15승 이상을 따냈다. 4명의 투수가 15승을 달성한 것 역시 올해 두산이 처음이다. 4투수가 모두 10승 이상을 올리던 8월 초 사람들은 '판타스틱4'로 부르기 시작했다. 시즌 10승 도달 날짜는 니퍼트가 6월 21일, 장원준 7월 19일, 보우덴 6월 30일, 유희관 8월 2일이었다. 이들의 합계 승수는 70승으로 팀승수의 75.3%를 차지했다.

다른 팀들의 한없는 부러움을 산 두산 선발 로테이션은 팀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안정된 선발진을 갖추지 않고서는 포스트시즌에 오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기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게 이번 포스트시즌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규시즌과 달리 올해 가을잔치는 투고타저, 그것도 선발야구로 전개됐다.

두산의 우승에 자극받은 팀들의 오프시즌 행보도 예년과는 다소 다르게 흐를 가능성이 높다. 당장 FA 시장에서 타자보다는 선발투수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등 FA 선발 '빅3'에 대한 수요가 커져 이들이 100억원 이상의 몸값을 기록할 것으로 구단들은 내다보고 있다. 더구나 이들 모두 해외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어 영입 의지가 큰 국내 구단들이 몸값 수준, 즉 협상 전략 수립에 다소 애를 먹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투수 시장도 마찬가지다. 두산은 올해 니퍼트가 22승, 보우덴이 18승을 거뒀다. 한 시즌 외국인 투수가 40승을 합작한 적은 없었다. 두산 전력의 절반 가까이가 이들의 어깨에서 나온 셈이다. 외국인 선수 농사가 한 시즌 운명을 좌우함을 두산처럼 잘 보여준 팀도 역대로 없다. 사실 두산도 올해 통합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외국인 선수 부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난해 두산 외국인 투수의 합계 승수는 13승이었다. 그나마 정규시즌서 부진했던 에이스 니퍼트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서 모두 호투한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각 팀들은 현재 마무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선발 유망주를 육성하는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 물색을 위해 해외로 스카우트를 내보낸 팀들 역시 강한 선발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두산의 우승에 자극받은 팀이 한 둘이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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