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2016년은 끝났지만. 밝게 웃을 수 있는 이유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6-10-17 22:57


LG와 넥센의 2016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LG가 5대4로 승리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패한 넥센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0.17/

넥센 히어로즈의 2016시즌이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끝으로 마감됐다.

조금은 아쉬울 수 있는 준플레이오프 탈락. 하지만 넥센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시즌에 페넌트레이스 3위라는 깜짝 대활약을 펼치며 내년, 내후년 시즌을 향한 희망을 가지게 했다.

모든 야구인들이 넥센이 5강을 넘어 3위에 오른다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럴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넥센을 지탱해주던 투-타의 중심들이 모두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2014시즌을 마친 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이적하면서 '넥벤저스'가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지난해를 마치고서는 박병호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로 꿈을 향한 발걸음을 했고, FA 손승락은 롯데, 유한준이 kt로 이적했다. 그동안 넥센의 에이스 노릇을 했던 밴헤켄은 일본 진출을 강하게 희망했고, 넥센은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해 그의 일본 이적을 도왔다. 중심타자 2명에 1선발과 마무리까지 빠진 넥센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상선수까지 나왔다. 셋업맨 한현희가 군사교육을 받은 후 좋지 않았던 팔꿈치 수술을 원해 수술을 받았고, 올시즌 선발로 보직을 바꾼 조상우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넥센 승리를 지켰던 불펜 3명이 모두 빠지면서 넥센 마운드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뚜껑을 열자 넥센은 여전히 강팀의 모습으로 우승 후보, 5강 후보로 불리던 팀들을 제압했다. 김하성이 성장하며 3번타자 역할을 잘 수행했고, 멀티맨으로 활약했던 윤석민은 4번타자로서 무게중심을 잡았다. 중거리포로 데려온 대니 돈과 시즌 전 트레이드로 보강한 채태인이 타격에 힘을 보탰다. 임병욱과 박정음이 새 얼굴로 빠른 발을 과시하며 기동력을 더했다. 서건창 고종욱 김하성 등 3명의 테이블세터진에 윤석민 대니돈 채태인 이택근 등의 중심타선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며 강정호 박병호 유한준의 공백을 메웠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넥센 마운드에 새로운 영웅이 왔다. 군 제대후 첫 1군 무대에 온 사이드암 투수 신재영이 신데렐라가 됐다. 스프링캠프 때만해도 5선발 후보 중 한명이었던 신재영은 시범경기서 좋은 활약을 통해 4선발로 기회를 잡았고,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며 넥센의 돌풍을 이끌었다. 특히 30이닝 무볼넷이란 신기록을 쓰면서 볼넷없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넥센 마운드에 새바람을 몰고왔다. 또 다른 신예 박주현도 안정적인 피칭을 하면서 넥센은 의외로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새로운 필승조가 넥센의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셋업맨으로 김상수 이보근을 낙점하고 마무리로는 강속구 투수 김세현을 투입했는데 이것이 완전 적중한 것. 선발이 5∼6이닝을 던지면 김상수와 이보근이 2이닝 이상을 막아내면서 김세현에게 바통을 이었고, 김세현은 150㎞가 넘는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농락하며 이전 선발이나 중간계투로 뛸때보다 훨씬 안정적인 피칭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홈구장을 고척 스카이돔으로 옮긴 것도 넥센 돌풍에 큰 힘이 됐다. 홈런 타자들이 떠나면서 장타력 약화가 예상된 상황에서 넥센은 작은 목동구장에서 고척돔으로 홈을 바꿨고, 그에 맞춰 공격 방향을 강공일변도에서 기동력과 작전야구로 바꿨다. 수비 역시 큰 외야를 생각해 기동력을 강조했다. 여기에 체력적인 플러스가 있었다. 더운 여름 고척돔의 시원함이 선수들의 체력에 큰 도움을 준 것. 넥센은 주전들 외엔 선수층이 얇아 체력과 부상방지가 가장 중요했는데 고척돔이 이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넥센은 11승1무12패의 7위로 4월을 마감했지만 곧 3연승, 4연승 등으로 반전을 하며 4위로 올라섰고, 5월 29일 수원 kt전서 5대2로 승리하며 3위로 오른 이후 한번도 3위 자리에서 변동없이 시즌을 마무리 했다.

시즌 중반 이후 선발진이 힘든 모습을 보였지만 일본에서 돌아온 밴헤켄이 에이스로서 중심을 잡아줬고, 9월 중순 이후 잔여경기 땐 돔구장 홈에서 모든 경기를 끝낸 덕에 여유를 가지고 남은 원정 경기를 소화하며 안정적으로 3위를 지켰다.


준플레이오프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두산처럼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계산대로 되지 않았다. 5차전 혹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 대비해 에이스 밴헤켄을 2선발로 빼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1선발로 나선 맥그레거가 기대만큼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꼬이고 말았다. 1차전서 0대7로 패하고 2차전서 밴헤켄의 역투 덕에 2차전을 잡았지만 3차전과 4차전을 내리 패하며 LG에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내줬다.

아쉬울 수는 있지만 큰 희망을 본 시즌이다. 내년엔 더욱 강한 마운드를 갖출 수 있다. 수술을 받은 한현희와 조상우가 돌아오고, 군에서 제대한 강윤구도 가세한다. 한층 성장한 현재의 마운드에 구원군이 더해지면 어느팀 부럽지 않은 안정적인 마운드를 갖게된다. 여기에 올시즌을 경험한 야수들이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넥센은 리빌딩의 과도기가 없는 탄탄한 전력으로 우승이란 꿈에 도전할 수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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