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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반, 급박한 순간. 투수 코치가 올라와 투수 교체가 이뤄질 때 팬들이 놀라는 경우가 있다. 분명 며칠 뒤 선발로 나와야할 투수가 구원투수로 나오는 것. 불펜 투수들을 많이 쓰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믿을만한 불펜진이 없을 때 며칠 뒤 등판 예정인 선발을 불펜 피칭 삼아 투입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좀 더 자주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선발이 정규시즌처럼 5명이 아니라 3∼4명만 필요하다보니 선발 투수가 자연스럽게 불펜으로 나간다. 이런 경우 이른바 1+1 전략으로 선발 투수 다음에 대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와 KIA가 모두 한차례씩 선발을 불펜투수로 투입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LG는 1차전이었던 10일 0-3으로 뒤진 8회초 선두 노수광이 중전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호투한 선발 허프를 내리고 우규민을 투입했다. 이동현 김지용 정찬헌 등 좋은 불펜투수가 있지만 구위와 제구력 모두 좋은 우규민을 믿고 투입시킨 것. 우규민이 예전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적이 있고, 4선발이라 아직 선발 등판에 여유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아쉽게 점수를 내줬다. 1번 김선빈의 희생타에 3번 김주찬의 우전안타가 터지며 2루주자가 홈을 밟았다. 스코어가 0-4로 벌어졌고 결국 그 차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2대4로 패배.
KIA는 2차전에서 만약 이길 경우 준PO 1차전 선발이 예상됐던 지크를 투입하면서까지 승리의 의지를 불태웠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1사 1,2루서 마무리 임창용을 내리고 지크를 올렸다. 아쉽게도 2번 대타 서상우에게우전안타를 맞아 만루를 만들어줬고, 3번 김용의에겐 큼직한 중견수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맞았다. 0대1의 패배.
니느님으로 통하는 니퍼트도 불펜투수로 나왔다가 얻어맞은 적있다. 지난 2012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3-0으로 앞선 8회말 구원투수로 등판한 니퍼트는 내리 4명의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롯데는 니퍼트를 공략한 덕분에 3점을 뽑아 3-3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연장 10회말 상대의 끝내기 실책 덕분에 승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었다. 니퍼트의 구원 악몽은 또 있었다. 2013년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서 9회말 마무리로 등판해 박병호에게 동점 스리런포를 맞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선 선발 유희관에 이어 구원투수로 나와 2⅓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우승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불펜투수는 미리 준비를 하고 빨리 몸을 풀어 나가야 하지만 선발은 준비 시간이 길다. 갑자기 불펜투수라고 빨리 몸을 풀 수가 없다. 게다가 선발은 점수를 주더라도 오랜 이닝을 버텨야하는데 불펜투수는 1점도 주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가야 한다. 마음의 준비와 몸의 준비가 모두 선발일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남은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의 불펜 깜짝 투입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선발투수의 불펜 투입의 성공 여부는 곧 그 경기의 성공과도 연결되기에 팬들의 이목을 더 집중시킨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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