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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최선을 다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공평했다.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모든 전력을 가동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한 마디로 모든 걸 결정했다. "두 팀이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우리도 가동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6일 광주 KIA 전에 앞서 "구자욱과 김상수의 몸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내보내기로 했다. 허리 통증을 느끼는 이승엽만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다. 나머지 선수들은 그대로 모두 나간다"고 했다.
그 결과 이날 KIA를 4대3으로 꺾었다. 경기 막판 추격을 허용했지만 마무리 심창민이 세이브를 올렸다. 올 시즌 KIA와의 상대전적은 8승8패. 영호남 라이벌 대결에서 자존심을 지켰다. 동시에 삼성의 승리로 2016 프로야구 1~5 순위가 확정됐다.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두산 베어스, 2위 NC 다이노스, 3위 넥센 히어로즈, 4위 LG, 5위 KIA다.
KIA 팬들 입장에선 가을 야구 탈락에도 최선을 다한 삼성이 야속할 법 하다. 4위 싸움을 최종전까지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테다. 하지만 삼성은 3~4일 LG전을 1승1패로 끝냈고, KIA전도 1승1패로 마무리했다. 쓸데없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다. 돌이켜보면 작년까지 정규시즌 5연패의 금자탑을 세운 '사자 군단'은 늘 이런 식으로 경기를 했다.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하고도 주축 선수에게 휴식을 주지 못했다. 역시 다른 팀들의 순위 싸움 때문인데, 류 감독은 "순리대로 한다. 괜하 오해가 발생해선 안된다"고 했다.
이번 4연전 총력전을 통해 삼성이 얻은 것도 있다. 내년 시즌 핵심적인 역할을 할 백정현, 정인욱의 자신감 회복이다. 백정현은 4일 선발 등판해 5이닝 5안타 1실점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선발승이다. 그는 이날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던지면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6일 선발 정인욱도 잘 던졌다. 역시 5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면서 4안타 1실점했다. 그는 6월2일 넥센전 이후 무려 4달 동안 승리 없이 5패만 안았으나 17경기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 후 "정말 승리를 갈구했다"고 말할 정도다.
이 둘은 마운드 세대 교체가 시급한 구단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올해 외국인 선수 부진과 안지만 이탈, 장원삼 부상으로 마운드가 붕괴된 삼성은 내년에도 쉽지 않다. 여전히 믿을만한 토종 선발은 윤성환 뿐이고 불펜에는 장필준, 심창민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백정현과 정인욱의 호투는 코칭스태프가 내년 시즌을 구상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상대가 한국시리즈 7차전의 마음으로 달려든 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도 "백정현, 정인욱 호투에 2승을 챙길 수 있었다.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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