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랑 이양기 "타석에서 후회남지 않도록"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9-26 22:23 | 최종수정 2016-09-27 00:28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스볼파크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이양기가 9회초 2사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역전 2루타를 날렸다. 밝은 미소를 보이고 있는 이양기.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13

한화 이글스 이양기(35)는 최근 들어 부쩍 야구팬들 입에 오르는 일이 늘었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되자마자 결정적인 활약을 했고, 김성근 감독이 그를 평가하며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13일 베테랑 내야수 권용관을 웨이버 공시하고 이양기를 정식 선수로 전환했다. 이양기는 그날 바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1-3으로 뒤진 9회초 2사 만루에서 대타로 출전, 삼성 마무리 심창민을 상대로 싹쓸이 2루타를 폭발한 것이다. 그간 줄곧 재활군과 2군에 머문 그가 1군 경기에 출전한 것은 2014년 10월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667일만, 타점은 그 해 7월 31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무려 775일 만이었다.

활약은 계속됐다. 다음날 역시 삼성을 상대로 4-5로 뒤진 6회 1사 2루에서 장원삼으로부터 역전 좌월 투런 아치를 그렸다. 이 홈런은 2013년 9월 21일 대전 SK 와이번스전 이후 1090일 만에 나온 대포. 그는 극적인 활약에도 번번이 결승타 주인공이 되지 못했으나,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이름을 올렸다. 또 야구 팬들이 각종 게시판에서 그의 활약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 2003년 한화에 입단한 이래 연이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첫 번째 순간이다.

이후 그는 김성근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뒤에도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김 감독이 "잘 다듬으면 김태균 뒤를 이을 재목"이라고 말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김 감독이 81년생 이양기와 82년생 김태균의 나이를 모르면서 이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발언은 '4번 타순 다음인 5번이나 6번에서 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라는 게 한화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의미 전달이 잘못됐다.

어쨌든 그렇게 두 차례나 큰 주목을 받은 이양기가 지난주까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26일까지 10경기에 출전해 28타수 9안타 타율 3할2푼1리에 1홈런 7타점을 기록 중이다. 아직 밸런스가 들쭉날쭉해 안타와 무안타 경기를 반복하는 요즘이지만, 몰아칠 때 확실히 몰아치면서 3할 이상의 타율을 찍고 있다. 이양기는 "퓨처스리그 막판 경기에 나간 것이 그나마 타격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 1,2군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자신있게 스윙한다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주목받고 싶진 않다. 팀이 남은 시즌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정말 쉽지 않은 2016년이었다. 2군에서 개막을 맞아 4월 말까지 퓨처스리그를 뛰던 중 왼 뒤꿈치에 통증을 느낀 것이다. 한 동안 방망이를 잡을 수 없었다. 은퇴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는 4개월 넘게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다 8월 27일이 돼서야 다시 타석에 설 수 있었다. 이양기는 "그만둘까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작년에는 시즌 전 손등을 다쳤고 올해는 발이 아프더라"며 "참 안 풀리더라"고 했다. 그는 2015시즌을 앞두고 티배팅 하다가 손등이 부러져 결국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았다. "가장 성실한 선수 중 한 명이다. 까마득한 후배들과도 허물 없이 지내는 몇 안되는 고참"이라는 한화 관계자의 말처럼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자 기회가 찾아왔다. 667일 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돼 신인의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올 시즌 뒤 12월 중순 웨딩마치를 울리는 그는 "지금 몸 상태는 괜찮다. 좋은 타격 밸런스를 오래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며 "타석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스볼파크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이양기가 9회초 2사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역전 2루타를 날렸다. 힘차게 타격하고 있는 이양기.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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