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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달라졌을까. 좋은 음식을 먹은 걸까, 최근 와이프와의 관계가 너무 좋아 직장 일도 잘되는 걸까.
LG 트윈스 캡틴 류제국이 제대로 미쳤다. 파죽의 개인 5연승 행진을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류제국은 18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로 등판해 9이닝 무실점의 완봉 역투로 팀의 5대0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LG는 4연승을 달리며 4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더 내딛었다.
LG는 상승세였지만, 본인은 경기 전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유가 있었다. 류제국은 지난 13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3실점 투구를 한 뒤 4일을 쉬고 다시 경기에 나섰다. 류제국은 개인적으로 4일 휴식 후 등판을 선호하지 않는다. 본인이 스스로 느끼기에 컨디션이 좋지 않고, 이를 코칭스태프도 일찌감치 간파했다. 실제 올시즌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류제국은 올시즌 4일 휴식 후 드안한 4경기에서 3패를 기록했다. 매 경기 조기 강판. 패전을 기록하지 않은 6월21일 SK 와이번스전도 4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래서 양상문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는 최대한 류제국의 등판 일정을 조정해 5일 이상의 휴식을 주려 애썼다.
하지만 이번 주는 어쩔 수 없었다. 승부처, 최고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류제국을 화요일과 일요일 연속 등판시키기로 결정했다. 류제국도 팀을 위해 희생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최고의 투구를 했다.
1회 울렁증을 잘 이겨낸 결과물이다. 류제국은 올시즌 1회에 유독 큰 어려움을 겪으며 경기를 어렵게 풀었다. 이날 경기도 1사 후 박한이에게 안타, 최형우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불안했지만 이승엽을 잘 처리하며 완봉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9이닝 동안 안타 4개, 볼넷 1개만을 내주며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다.
류제국은 이날 승리로 시즌 13승(10패)째를 거뒀다. 한국 무대 데뷔 후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완투 경기도 첫 번째였다. 기존은 8이닝 투구가 최다였다. 주장으로서 제대로 어깨가 섰다. 여러모로 기쁜 날임에 틀림없다.
시즌 초와 비교해 구위나 제구가 확 좋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며 상대와의 수싸움 등에서 훨씬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무기 커브를 이용해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나간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노련미'가 생긴 것이다. 이대로라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우완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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