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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홈런 레이스가 열흘째 멈춰 서 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경기 연속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이후 우천 취소경기를 제외하고 열흘간 5경기에서 홈런이 없다. 안타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홈런은 아직이다. 최근 10경기에서 이승엽은 타율 4할1푼9리(43타수 18안타)를 기록중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럴 때일수록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된다. (이승엽이) 올해안으로는 치지 않겠나. 아니 올해 못치면 내년에 치면 되지"라며 웃었다. 이승엽이 혹시라도 가질 수 있는 부담감을 툭툭 털어버리라는 뜻이다. 이승엽 본인은 "한일 통산 600홈런은 개인적으로는 뜻깊지만 공식기록도 아니다"며 다소 무덤덤하다. 하지만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이승엽 주변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이승엽의 대기록 도전 부작용은 현재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스윙이 커지지 않고,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다보면 홈런이 나온다는 평소 지론이 유지되고 있다. 큰 스윙으로 홈런을 노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승엽은 이미 많은 기록도전 경험이 있다. 1999년 54홈런을 때릴 당시 KBO리그 한시즌 최다홈런을 훌쩍 넘어 아시아 최고기록(당시 55홈런)에 도전했다. 23세 시절이다. 27세였던 2003년에는 56호 홈런을 때려내며 아시아 한시즌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는 KBO리그 통산 400홈런 금자탑도 세웠다.
중압감이 없을 수 없겠지만 욕심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승엽이다. 딱히 기록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이승엽은 최다타점기록을 경신했을 때도 1루에서 공손하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것으로 기록달성을 자축했다.
류중일 감독은 올해처럼 마음이 복잡한 해가 없었다고 말한다. 선발진 붕괴, 외국인 농사 대흉작, 부상선수 속출, 창단 이후 최악 성적. 막판 5위싸움 중이지만 올해는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1차 목표가 됐다. 이승엽의 대기록 도전은 대구팬, 삼성팬들에겐 그나마 큰 위안이다. 류 감독은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선수단 경기력 등을 종합해 밸런스를 잘 잡고 있다. 이 역시 선수단 운영에 있어 합리적인 면을 강조하는 류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배어나온 결과다.
대기록을 눈앞에 둔 최고참을 대하는 동료들의 자세도 나무랄데 없다. 존경과 배려가 엿보인다.
기록은 어떤 것이냐가 제일 중요하겠지만 누가 하느냐도 무시할 수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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