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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형처럼" 홍건희의 꿈 그리고 최근 부진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8-23 09:11


KIA 타이거즈 홍건희가 선발 한 자리를 꿰차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올 시즌 KIA 타이거즈 마운드는 바람 잘 날 없다. 양현종-윤석민-헥터-지크-임준혁 '5선발 체제'는 금세 무너졌다. 불펜도 임창용이 합류하기 전, '붙박이' 마무리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곽정철과 심동섭, 한승혁, 김진우 등이 모두 부상을 당했다.

홍건희(24)는 달랐다. 일단 꾸준했다. 7월말 갑작스러운 가슴 근육통으로 1군에서 말소됐으나, 지난 2011년 1군에 데뷔한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을 올 시즌 찍고 있다. 또 이제는 불펜 투수가 아닌 선발 투수로 리그 강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23일까지 성적은 40경기(선발 7경기)에서 4승3패5홀드에 4세이브. 평균자책점은 4.24다. 최근 광주구장에서 그를 만났다.

홍건희는 "주변에서 공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 좋다"는 얘기부터 했다. 그는 "우리 팀 형들, 전력분석 형들뿐 아니라 상대팀 타자들이 '달라졌다'고 얘기할 때마다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며 "내 공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생겼다. 그러면서 쫓기거나 긴장하는 부분도 줄고 있다"고 했다.

올 시즌 그가 찍은 직구 최고 스피드는 151㎞다. 4월29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9회 1사 이후 등판, 150㎞가 넘는 강속구를 내리꽂았다. 이는 프로 데뷔 이후 그가 던진 가장 빠른 공. 그는 "마무리훈련과 전지훈련 때 파워업 훈련에 매진했다. 바벨을 들면서 힘을 키웠다"며 "기술적인 변화도 있었다. 투구폼을 건드린 것은 아니지만 뒷다리가 일찍 무너지고 중심이 왼쪽으로 쏠리는 것을 고쳤다. 투구 밸런스에 신경 썼는데, 이대진 코치님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151㎞에 집착하지 않고 있다. "오직 공 끝과 움직임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건희는 "스피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묵직하게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구위가 좋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직구가 잘 들어가니 변화구도 먹히는 것 같다. 예전과 달리 마운드에서 여유도 생기더라"고 했다.

선발로의 보직 전환은 마음을 더 강하게 다 잡는 계기가 됐다. 그는 7월2일 고척 넥센전(4이닝 2실점)부터 선발 등판하기 시작해 '4선발'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강팀 킬러' 이미지가 강한데, 리그 1위 두산을 상대로 7월10일 6이닝 1실점, 지난 10일 5이닝 3실점으로 2승을 거뒀다. 7월22일 광주 NC전에서 역시 6⅓이닝 3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다만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 지난 16일 kt를 만나 2⅓이닝 7실점(5자책)하며 부진했다. 1회 나온 야수 실책이 그를 흔들었고,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도 많았다. 또 21일 광주 LG전에서도 3이닝 7안타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팀은 그가 5회까지 버텨주지 못하니 경기를 풀어가는데 애를 먹고 있다.

홍건희는 인터뷰에서 "선발로서 모든 걸 다 해보고 싶다"고 했다. "양현종 형처럼 완투도, 완봉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프로에 와서 늘 선발이 목표라고 밝혀왔다. 짧게 던지는 불펜이었지만 선발 기회가 오면 꼭 그 기회를 잡겠다는 생각이 분명했다"며 "처음 보직이 바뀌었을 때는 투구수가 늘어나며 힘이 떨어졌다. 지금은 적응됐다"고 했다. 이어 "시즌 전 우리 팀 선발이 최강이라고 해서 당연히 내 자리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야구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판단해 내 목표를 버리지는 않았다"며 "내가 들어가도 좋은 선발진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더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선 최근 불안한 투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5강 싸움을 하고 있는 팀에 힘을 보태야 한다. 홍건희는 "마운드에 올라가 다른 생각은 없다.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잘 막는자는 생각뿐이다. 나는 (양)현종이 형처럼 에이스가 아니다. 현종이 형은 초반에 실점해도 나머지 이닝을 틀어막는다는 믿음이 있지만 난 아니다. 무조건 1아웃, 1이닝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2016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홍건희.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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