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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미안하죠."
두 아이의 아빠 정재훈(36·두산 베어스)은 요즘 가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집에서 애들과 놀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 간다"고 웃었다. 첫째 딸, 둘째 아들만 신이 났다. 잦은 원정 경기, 전지 훈련으로 바쁜 아빠가 매일 집에 있다니. 꿈만 같다. 하지만 그 아빠의 마음은 편치 않다. 언제 그라운드로 복귀할 수 있을지. 뼈는 제대로 붙을지.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정재훈은 부상 전까지 46경기에서 1승5패 2세이브에 23홀드를 수확했다. 홀드는 여전히 이보근(21개·넥센 히어로즈)에 2개 차 앞선 1위다. 그는 타고투저 흐름 속에 평균자책점도 3.27로 준수하다. 후반기 들어 주춤했으나 우타자 몸쪽에 붙이는 컷패스트볼을 활용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직구, 커브, 포크볼, 컷패스트볼을 원하는 곳에 뿌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정재훈은 16일 "이틀에 한 번 꼴로 집 앞 병원에서 수술 부위를 소독한다. 19일 실밥을 뽑을 예정인데, 그 이후부터 하체 위주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을 언제 잡을 수 있는지, 복귀 시점은 언제인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상태를 봐야 한다"며 "병원에서도 일단 지켜보자고 할 뿐이다. 누가 정말로 언제면 된다고 정확히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날짜상으로 뼈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는 시기는 9월1일이다. 수술 후 4주가 지난 뒤 X-레이, CT 촬영 등으로 정확한 상태를 체크하고 그 다음 일정을 잡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정재훈은 "당장 핀을 안 빼도 된다고 하더라. 공 던지는데 지장이 없다면 나중에 빼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사실 일반인은 핀 박을 필요가 없는 부상이다. 하지만 뼈가 붙는데 6주가 걸리고, 행여 잘못 붙으면 수술을 해야 된다고 해 무조건 핀을 박자고 했다. 잘 붙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투수조 최고참이 다음달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이. 후배들은 그의 등번호 '41'을 모자에 새기고 경기를 치르고 있다. '홀드정' '아스정' '정작가' 등 별명을 적어 놓은 선수도 있다. 그는 "후배들이 너무 잘하고 있다. 매일 TV로 야구를 보는데, 내가 빠진 뒤에 팀이 이기고 있고 투수들도 잘 던지더라"며 "다친 건 다친 거고, 빨리 회복해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전지훈련부터 전반기까지 다 같이 고생했는데,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다"며 "지금은 그저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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