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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게 맞는데..." 조범현 감독의 아픈 손가락 주 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8-09 14:58


넥센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선발투수 주권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7.12/

"쉬게 해주는 게 맞다. 하지만 팀 사정을 생각하면…."

kt 위즈 조범현 감독은 최근 밤잠을 설친다. 떠나갈 줄 모르는 폭염도 문제지만, 최근 팀의 경기력과 선수 구성을 생각하다 보면 잠이 오질 않는다. 좋은 팀을 만들고 싶고,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큰 데 그게 여의치 않으니 시름만 늘어간다. 베테랑 선수들은 무더운 날씨에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고, 젊은 선수들은 좀처럼 기량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주축 선수들에게 적절하게 휴식 시간을 주고 싶은데, 최하위인 팀 사정을 생각하면 그러기도 쉽지 않다. 아직까지 시즌을 포기할 시점은 아니기에, 마지막 강공 승부를 펼쳐야 한다.

그 중 조 감독을 더욱 마음 아프게 하는 선수가 있으니 투수 주 권이다. 고졸 신인 2년차. 올시즌 개막 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혜성처럼 등장해 팀의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책임져줬다. 전반기에 4승을 기록했고, 주 권이 나오는 경기를 가장 마음 놓고 지켜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투구 내용이 안정적이었다. 6월 8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23일 두산전까지 3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며 올해 대형 사고를 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승리 이후, 거짓말처럼 추락하고 있다. 6월 29일 SK 와이번스전 패전 이후로 6경기 4연패. 날씨가 더워지며 체력, 구위가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안그래도 체구가 작고, 경험이 부족해 시즌 중반 이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날씨마저 주 권을 도와주지 않는다.

여기서 어린 선수에게 가장 좋은 건 휴식이다. 조 감독도 이를 모를리 없다. 하지만 팀 사정을 보면 주 권을 엔트리에서 빼기도 쉽지 않다. 조 감독은 "경기에 나서며 경험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지껏 야구하며 이렇게 던져본 경험이 없는 선수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 권이 내려간다면 당장 경기에 나설 선발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kt는 외국인 선발 3명 외에 마땅한 선발 카드가 없다. 주 권-정대현이 나머지 두 자리를 채웠었지만, 정대현은 부족한 경기력으로 인해 2군에 내려갔다. 신인 박세진이 2경기 테스트를 받았는데, 아직 확실한 믿음을 주지는 못한다. 박세진이 7일 LG 트윈스전에서 호투했다면 주 권을 내리고, 정대현을 콜업하는 계산도 할 수 있지만 박세진이 1군 무대 한계를 보여 이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사실 조 감독은 올시즌 주 권과 함께 엄상백, 정성곤이라는 선발 투수들을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각각의 이유로 일찌감치 선발 경쟁에서 탈락했다. 엄상백은 좋은 공을 가졌지만, 3~4이닝이 넘어가면 힘이 쭉 빠져버린다. 정성곤은 불펜에서의 공은 최고인데, 마운드에만 오르면 움츠러든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성장했으면 주 권을 포함해 시즌 중 휴식을 주며 서서히 성장시키려 했다. 하지만 주 권만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았고, 나머지 선발 요원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다.

일단 주 권은 지난 4일 NC 다이노스전 등판 후 공을 던지지 않았다. 로테이션상 10일 넥센전 등판 차례다. 5일을 쉬었기에 조금은 충전된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또 다시 힘든 경기를 할지 지켜봐야 한다. 조 감독의 아픈 손가락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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