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2월1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의 각오는 대단했다. 스물 한 살의 어린 선수가 두 대회 연속 4강 신화에 앞장 서겠다는 듯 "자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특정 선수 이름을 거론하며 자신의 목표 대상을 공개했다. 니혼햄 소속의 일본 야구 대표팀 에이스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다. 김현수는 "이대호, 김태균 등 거포 형들이 많다. 난 홈런보다 정확하게 때리는 게 목표"라면서 "다르빗슈의 공은 꼭 제대로 치고 싶다"고 했다.
둘의 만남은 2라운드 2회전에서 성사됐다. 한국은 봉중근이 선발로 나갔고, 일본은 다르빗슈가 등판했다. 결과는 한국의 4대1 승리. 다르빗슈는 1회에만 3실점하는 등 이름값에 못 미치는 피칭을 했다. 봉중근에 이어 윤석민-김광현-임창용이 차례로 출격한 한국 마운드가 더 높았다. 하지만 3번 중책을 맡은 김현수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무사 1,3루에서 병살타성 2루수 땅볼을 쳤는데, 상대 실책이 나왔다. 3회 1사 후에는 1루수 땅볼이었다. 2타수 무안타. 김현수는 이후 결승전에선 다르빗슈에게 볼넷을 얻었다.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1회 무사 1루에서 다르빗슈와 만났다. 패스트볼을 공략했으나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가며 메이저리그 두 번째 병살타가 됐다. 그러나 두 번째 타석에서는 달랐다. 4회 슬라이더를 노려 우중간 안타로 연결했다. 또 2-0이던 6회말 무사에서도 볼넷을 얻어내며 다르빗슈에게 2타수 1안타 1볼넷, 우위를 점했다.
김현수는 마지막 타석에서도 출루했다. 8회 바뀐 투수 다리오 알바레스에게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며 이날 3번이나 1루를 밟았다. 이는 6월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2안타 2볼넷) 이후 35일 만에 나온 3출루 경기. 볼티모어는 끝까지 리드를 지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유지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