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세요. 비가 오겠습니까."
지난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넥센전이 우천 취소됐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갑자기 내린 비 때문이다. 비가 하염없이 쏟아지는데 경기를 할 수는 없다. 이날 우천 취소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https://sports.chosun.com/news2/html/2016/07/31/2016073101002488000180961.jpg) |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넥센전이 우천 취소됐다. 원래 강수 확률이 적었지만, 오후 6시 경기 시작에 임박해 소나기가 퍼부었다. 방수포가 한 차례 깔렸다가 소나기가 그치자 걷혔다. 그러나 약 10여분 후 다시 굵은 비가 쏟아지며 두 번째로 방수포가 설치좼다. 결국 비가 그치지 않아 오후 6시25분에 경기가 취소됐다. 대구=이원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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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가 내리는 양상이 꽤 특이했다. 하늘을 맑은데 경기 시작 직전 굵은 비가 쏟아졌다는 것. 그리고 하필 라이온즈파크를 중심으로 한 대공원 일대에만 비가 퍼부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 시내의 다른 지역은 날씨가 맑았다. 밤 늦게야 부슬비가 살짝 내리다 그쳤을 뿐이다. 때문에 이 지역에 있던 대구 야구팬들은 왜 경기가 취소됐는지 의아해 했다고 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31일 라이온즈파크에서 넥센전을 앞두고 "참 특이하게 어제 여기 야구장 쪽에만 비가 쏟아졌다고 하대. 다른 동네에는 전혀 안왔다고 하더라고"라며 황당해했다.
하지만 류 감독이 진짜 황당해 할 일은 잠시 후에 벌어졌다. 31일에도 저녁 6시경에 비 예보가 있었다. 확률이 그다지 높진 않았다. 그래도 전날의 특수했던 기상 상태를 감안하면 예보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때문에 취재진이 경기를 앞두고 류 감독에게 "오늘도 혹시 경기 시작에 즈음해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나 류 감독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에이 오늘을 안 올겁니다. 저기 하늘을 좀 보세요. 저런데 비가 오겠습니까"라고 단언한 것. 비록 태어난 곳은 포항이지만, 대구에서 수 십년을 살아온 류 감독이다. 그 경험을 토대로 이날 만큼은 비와 상관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실제로 류 감독과 대화를 나누던 오후 4시경 라이온즈 파크 날씨는 맑았다. 구름이 몇 점 있었지만, 비를 품은 먹구름도 아니었고, 규모도 크지 않았다. 뜨거운 햇살이 야구장을 달구고 있었다. 류 감독의 판단이 맞을 것 같았다.
그러나 류 감독의 예측은 채 2시간도 지나지 않아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시작을 불과 20여분 앞둔 오후 5시40분경에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하늘에 구름이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졌다. 그라운드에는 급히 대형 방수포가 깔렸다. 마치 전날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 했다.
그런데 10여분이 지나자 비가 갑자기 그쳤다. 잠시 소나기가 내렸지만, 류 감독의 예상대로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을 듯 했다. 방수포가 걷혔고, 경기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잠시 숨을 돌린 비는 오후 6시10분경부터 정말 본격적으로 쏟아진 것이다. 이번에는 라이온즈파크 일대 뿐만 아니라 대구 시내 전체가 흠뻑 젖을 만큼 큰 비였다. 결국 오후 6시25분에 공식 우천 취소가 선언되면서 류 감독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게 됐다. 대구 지역의 변덕스러운 대기 상태는 류 감독조차도 예측 불가였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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