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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이 무너졌다. 시즌 16번째 선발 등판했으나 일주일과는 전혀 다른 투수였다.
이쯤되면 '노히트 후유증'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선 등판에서 지나치게 무리한 탓에 공 끝에 힘이 없었다는 논리다. 보우덴은 지난달 30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9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볼넷 3개, 사구 1개만 허용하며 시즌 첫 번째, 통산 13번째 노히트 노런 대기록을 작성했다.
문제는 당시 그가 소화한 투구수다. 8회까지 124개의 공을 던진 그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총 139개를 뿌렸다. 노히트 피칭을 하지 않았다면 이미 두 번째 투수에게 바통을 넘겼을 상황. 그러나 코칭스태프는 그의 뜻을 존중해야만 했다. 보우덴은 8회를 마친 뒤 "내가 경기를 끝내겠다(I will finish the game)"고 했다.
상대가 KIA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보우덴은 전날까지 KIA전에 3차례 등판해 18이닝 동안 9실점(6자책), 평균자책점이 3.00이다. 2승1패로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용이 늘 불안했다. 대표적인 경기가 5월17일이다. 그는 6이닝 8안타 2실점으로 승리를 챙겼으나, 2회에만 무려 50개의 공을 던졌다. 결정구로 던진 공이 잇따라 커트되면서 진땀을 흘렸다.
당시 KIA는 보우덴의 독특한 투구 습관을 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타자들이 2S 이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이유다. 이는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앞선 등판까지 KIA전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이 1.44로 LG(2.4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피안타율로 0.288로 LG전(0.444) 다음으로 가장 높다. 기본적으로 KIA 타자를 까다롭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보우덴의 3이닝 6실점 투구가 단순히 '노히트 후유증' 때문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호랑이'에게 고전한 투수이기에 앞으로 1,2경기 관찰이 필요하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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