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양손투수', 양손타자 국해성의 1군 적응기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7-06 07:25


SK와 두산의 2016 KBO 리그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두산 국해성이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타구를 바라보며 베이스를 도는 국해성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26/

두산 베어스에는 매해 전지훈련만 되면 주목받는 두 명의 거포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엄청난 비거리에 탄성을 내질렀다. 김재환과 국해성이다. 프리 배팅에서 손쉽게 담장을 넘기는 파워에 다들 놀랐다.

하지만 실전에선 달랐다. 변화구 대처가 되지 않아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몇 년간 들어야 했던 '반쪽짜리'라는 오명. 올해는 김재환이 터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벌써 20홈런을 넘겼다. 국해성도 서서히 이름값을 알리고 있다. 최근 들어 출전 시간을 늘리며 남다른 힘을 과시하고 있다.

국해성은 리그에서 몇 안되는 스위치 히터다. 1m80, 94㎏의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양쪽 타석에서 강한 타구를 만들어 낸다. 5일까지 성적은 16경기에서 37타수 15안타, 타율 4할5리에 3홈런 9타점이다. 장타율(0.703)과 출루율(0.463)을 합한 OPS는 1.166. 그는 왼쪽에서 21타수 7안타 타율 3할3푼3리에 2홈런을 터뜨렸다. 오른쪽에선 16타수 8안타 타율 5할에 1홈런이다.

국해성은 인천고 시절 최고의 거포였다. 상대 배터리가 정면 승부를 꺼렸던 특급 유망주였다. 이 때도 그는 양쪽 타석에서 공을 때렸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은 당연했다. 결국 2007년 시카고 컵스와 입단 계약을 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팔꿈치 수술 전력이 발견됐다. 갑작스럽게 계약이 파기됐고 그해 11월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SK와 두산의 2016 KBO 리그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국해성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26/
국해성은 스위치 히터 이전에 양손 투수이기도 했다. 군산중앙초 시절부터 투타를 겸엄했는데, 마운드에서도 양손으로 공을 던졌다. 고3때 스피드는 우완으로 145㎞ 안팎, 왼손으로 130㎞ 중후반. 그는 "중학교(동인천중) 때까지 투수와 타자를 모두 했다. 인천고에 들어가서는 1,2학년 때까지 타자에만 주력했는데, 3학년 때 다시 마운드에 섰다"며 "우리 팀에 던질 투수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벌써 4차례나 팔꿈치 수술을 하며 투수 꿈은 완전히 접었다. 중학교 때 한 번, 프로에 들어와 3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참 많이 다쳤던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대신 지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더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겨우내 매일 3시간씩 바벨과 씨름했고, 2군에서도 '웨이트 중독자' 소리를 들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신인 시절 이미 파워가 고등학생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도 힘이 엄청나다"고 했다.

다만 좋은 하드웨어에도 1군 벽은 높았다. 2012시즌 3경기, 2015시즌 11경기에 뛰었을 뿐이다. 올 시즌에도 5월14일 엔트리에 등록됐다가 팀 사정상 5월17일 곧장 말소됐다. 2타석 들어간 게 전부였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2군에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2군행 통보를 받았을 때는 너무 아쉬웠다"며 "더 보여줄 게 있는데 더 보여줬어야 했는데, 몇 번이나 생각했다. 그래도 또 기회가 올 것이라 믿고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활약이다. 주전은 아니지만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타자가 됐다. 그는 "그동안은 내가 너무 서둘렀던 것 같다.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방망이를 치고 있다"며 "오재일 형이나 김재환 형은 올해 무조건 잘할 줄 알았다. 나는 이제 보여줘야 하는 입장인데, 부족한 점을 보완해 자신 있게 스윙하는 모습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원래 왼손잡이였다가 어른들의 권유로 오른손을 쓰게 됐다. 어느 쪽이 더 편한 건 없이 똑같이 내 힘을 쓸 수는 있는 것 같다"면서 "우투수가 많아 왼쪽 타석에 들어가는 횟수가 많지만 오른손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투수는 할 일이 없으나, 연습하면 왼손으로 130㎞ 중반은 나올 것 같다"고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팀에 오른손 대타가 부족한 상황인데, 국해성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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