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의윤-최승준 보며 배아프면 안된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7-04 09:46


kt와 SK의 2016 KBO 리그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3회초 무사 1루 SK 최승준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2점홈런을 날렸다. 선행주자 정의윤과 기쁨을 나누는 최승준의 모습.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28/

충격의 2연패.

LG 트윈스는 2, 3일 잠실 홈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2연전을 모두 졌다. 2일 첫 번째 경기는 마무리 임정우가 무너졌고, 3일 두 번째 경기도 맹렬히 추격을 하다 결국 역전에 실패했다. 단지 두 경기 모두 패해 충격일까. 치열한 중위권 순위 경쟁 속 그 것도 문제지만, 두 경기 모두 특정 선수들에게 치명타를 맞았다는 것이 뼈아팠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동료들. 정의윤과 최승준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활약. 2일 경기에서는 1-2로 밀리던 9회말 정의윤이 동점포, 최승준이 결승포를 백투백 홈런으로 때려냈다. 3일 경기에서는 정의윤이 3안타 3타점으로 경기 초반을 이끌고, 상대가 4-6까지 추격해오자 최승준이 8회 쐐기 투런포를 때려냈다. 최승준의 3경기 연속 홈런.

정의윤은 타율 3할3푼4리 17홈런 66타점을 기록중이다. 커리어하이를 넘어 리그 최고의 4번타자로 성장중이다. 최승준 역시 3할6리 17홈런 37타점이다. 최근 홈런에 완벽히 눈을 떴다. 시즌 초반 주춤하던 SK가 살아는 원동력이다. 두 사람이 중심타순에서 장타를 뻥뻥 날려주니 타선 전체에 힘이 붙었다.

두 사람의 활약에 또 다시 대두되는 얘기가 '탈 LG' 효과다. 김상현(kt 위즈)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등 거포 유망주들이 LG만 떠나면 기량을 만개시킨다는 것. 지난해 박경수마저 kt에서 20홈런 타자가 됐다. 여기에 정의윤과 최승준도 이 '탈 LG' 효과를 우연이 아닌 과학으로 만들고 있다.

정의윤은 2005년 2차 1라운드로 LG에 입단했다. 최승준은 1년 후 2차 7라운드였다. 이후 꾸준히 LG의 중심타자가 될 선수들이라고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매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기회를 얻고, 결국 시즌 중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정의윤은 지난해 SK와의 트레이드 때 처음으로 팀을 옮겼다. 최승준은 시즌 종료 후 LG가 FA 포수 정상호를 영입할 때 보상선수로 이적했다. 올시즌 초반에는 SK 유니폼을 입은 두 사람의 모습이 어색했는데, 이제는 영락없는 SK이 간판타자들이 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두 사람을 바라보는 LG의 자세다. '왜 멀쩡했던 선수들을 보내 상대팀을 도와주고, 우리가 손해를 보나'라는 생각으로 배아파하면 안된다. LG는 자선사업을 하려 두 사람을 보낸 게 아니다. 자신들이 정한 원칙이 있었다. 너무 큰 잠실구장에서 기량을 펴지 못하는 장타자들에게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자고 결론을 내렸다. 두 사람 외에 나성용도 2차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두 사람을 통해 필요했던 자원들을 영입했다. LG는 반대급부로 데려온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LG에서 잘할 수 있게 할까를 연구해야지, 떠난 사람들이 잘하고 있는 것에 집착하면 안된다. 주변의 비난과 조롱에는 냉정히 눈과 귀를 닫아야 할 시점이다. 여기서 '우리가 왜 보냈을까'라는 미련에 휩싸이다면 LG의 팀 개편 작업은 이도저도 아닌 일이 돼버린다.


물론, 심각히 생각해야 할 부분은 있다. 넓은 잠실구장을 핑계로 거포 유망주들이 꽃을 못피운 이유를 너무 한정지어온 것은 아니냐는 점이다. 물론, 홈런수는 잠실에서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 정의윤과 최승준의 스윙은 잠실과 인천 차이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타석에서 보여주는 자신감 자체가 다르다. 2일 경기를 돌이켜보면, 두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 백투백 홈런을 쳐냈지만 그 경기 안타는 딱 그 것뿐이었다. 앞 타석에서는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다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원래 홈런타자들은 홈런을 때려내는만큼 삼진도 먹는다. SK에서는 이게 되고, LG에서는 왜 안됐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젊은 유망주들이 타석에서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지 못하는 팀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양상문 감독이 "젊은 선수들이 뛰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시즌 전 얘기한 게 이 부분과 연결된다. 실력을 떠나,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지 않으며 야구를 하라는 뜻이었다.

지도자들이 너무 틀에 박힌 선수 조련을 했을 수도 있다. 인기팀 LG는 그동안 유명하고, 개성있는 타격 코치들을 주료 영입해왔다. 자주 바꾸기도 했다. 이에 선수들이 자주 타격폼을 바꿔 흔들린다는 지적이 여려차례 있었다. 베테랑 선수들이야 알아서 방망이를 치지만, 젊은 선수들은 코치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시합에 나가지 못했던 팀이 LG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