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터뜨렸다.
김현수는 30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383(47타수 18안타). 볼티모어가 6대4로 이겼다. 결승타점 주인공이 김현수다.
나머지 타석에서는 볼넷 1개를 얻어내며 6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그는 1회초 무사 1루에서 선발 마이크 클레빈저에게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3-0으로 앞선 2회초 2사 1루에서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빠지는 공에 미동 조차 안 했다. 이후 4-3으로 앞선 5회에는 삼진. 선두 타자로 나와 바뀐 투수 댄 오데로의 4구째 90마일(145㎞) 포심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 당했다.
몸쪽 공, 적응 끝났다.
KBO리그 시절 김현수는 약점이 없는 타자였다. 탁월한 배트 컨트롤을 바탕으로 모든 코스의 공을 잘 때렸다. 특히 변화구 대처 능력이 일품이었다. 지난해 레그킥을 포기하면서부터는 "아예 떨어지는 공을 대놓고 받혀놓고 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김현수를 잡기 위해선, 그나마 몸쪽으로 던져야 투수가 이길 확률이 높았다. KBO리그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현수의 몸쪽 꽉찬 직구에 대한 타율은 0.278, 몸쪽 높은 직구에 대한 타율은 0.294였다. 다만 낮은 코스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김현수는 몸쪽 낮은 직구에 0.370, 몸쪽 낮은 슬라이더에는 0.636이라는 엄청난 타율을 찍었다.
이 같은 성향은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상대가 작정한 듯 빠른 공을 몸쪽에 붙였다. 문제는 국내 투수들보다 4~5㎞ 빠른 빅리그 투수의 공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사실. 캠프 때 라이브 배팅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개막 뒤에는 좀처럼 선발 기회를 얻지 못했다. '타격기계'라 불린 그가 강속구를 결코 못 치는 타자가 아님에도 빠른 공에 고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현지 전문가들은 "지금의 폼으로는 몸쪽 공을 쳐낼 수 없다"며 선수를 흔들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좌절하고만 있지 않았다. 피칭 머신 스피드를 빠르게 조정해 타이밍을 잡아갔고, 테이크백을 줄여 간결한 폼을 유지했다. 두산 베어스 박철우 코치는 "한 눈에 봐도 뒷스윙이 줄었다. 쓸데 없는 동작이 줄었다. 대신 몸통을 빠르게 해 몸쪽 공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김현수는 여전히 타석에 들어서는 횟수가 부족했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죠"라고 지인들에게 능청스럽게 말하며 선수들과 어울렸다.
그 결과 기다리던 첫 홈런이 나왔다. 그에게 '스윙 존'으로 볼 수 있는 높은 직구를 지체없이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는 108마일(174㎞). 말 그대로 총알 같은 타구였다. 무엇보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버 스윙'도 하지 않으면서 대포를 쏘아 올렸다. 지금 밸런스만 유지한다면 앞으로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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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의 첫 홈런에 현지 언론도 호평을 쏟아냈다.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가 1만8565명 클리블랜드 팬 앞에서 팽팽한 균형을 무너뜨렸다. 김현수의 파워는 캠프 때부터 꾸준히 발전했는데, 이날 스윙은 의심의 여지 없이 올 시즌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현수가 KBO리그에서 통산 142개의 홈런을 때렸다고 소개했다.
볼티모어 지역매체 MASN도 "김현수가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다. 나무랄 데 없는 타이밍이었다"며 "이제 김현수를 '킴콩(Kim Kong)'이라 불러야 할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김현수는 덕아웃에 돌아온 뒤 전통에 따라 완전히 소외됐다. 선수들과 코치들은 그라운드만 바라봤다"며 "잠시 침묵의 시간이 있고 모든 선수들이 김현수에게 달려들었다. 벅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와 악수를 나눴다"고 세리머니 장면도 언급했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SB네이션 역시 "김현수가 마침내 정기적으로 출전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7회초 라인드라이브 홈런은 운이 좋았던 홈런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김현수는 경기 후 "홈런 당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안 넘어갈 줄 알고 열심히 뛰었는데. 넘어갔다"며 "시즌 초반 못 뛰는 건 내가 못했기 때문이다. 항상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