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히어로같은 테임즈, 홈런왕 주인은 따로 있었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5-29 10:13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NC 테임즈가 2점 홈런을 친 후 홈에 들어오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5.19.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NC 테임즈가 2점 홈런을 친 후 덕아웃에서 김경문 감독 등 코치스텝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5.19.

KBO리그에서 '어벤져스급' 최강 타자를 찾는다면,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30)가 될 것 같다. 아이언맨, 헐크처럼 강력하면서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져, 호크아이같은 인간적인 면이 있고, 토르와 비전의 우월함에, 최초의 흑인 슈퍼 히어로 블랙팬서를 닮았다. 무한동력, 막강 슈트, 묠니르 망치, 비브라늄 방패를 든 완벽한 슈퍼 히어로같았던 테임즈는 시즌 초 주춤하고 흔들렸다.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테임즈답지 않은 모습으로 주위를 당황하게 했다. 마치 하늘을 날다가 인간계로 추락한 마블 캐릭터를 보는 듯 했다.

출발은 상쾌했다. 4월 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정규시즌 개막전. 3회말 리그 최강의 좌완 양현종을 상대로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첫 날부터 홈런 1개를 포함, 2안타 2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데 이후 9경기에서 테임즈는 대포 가동을 멈췄다. 4월 2일부터 13일까지 9경기에서 홈런없이 타율 2할(30타수 6안타), 4타점, 삼진 10개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도루 1번을 시도해 실패한 게 눈에 띈다. 잠시 물음표를 단 테임즈, 너무나 낯선 모습이었다.

지난 4월 1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2번째 홈런을 때렸는데, 이후 또 5경기를 건너뛰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대로 인간적인(?) 테임즈의 모습을 오래가지 않았다. 차분하게 웜업을 마친 테임즈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홈런 간격이 줄더니 홈런이 쏟아졌다. 가장 강력한 타자, 무서운 타자로 돌아 온 것이다. 테임즈는 28일 원정 KIA전 7회에 15번째 홈런을 터트리고, 마침내 홈런 1위에 올랐다. KBO리그 311경기 만에 통산 99호 홈런을 때렸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꼽히는 타이론 우즈가 2000년 324경기에서 친 100홈런까지 한걸음 남았다.

주춤했던 4월을 뒤로하고, 5월과 함께 펄펄 날았다. 28일 KIA전까지 5월에 열린 21경기에서 타율 4할3푼8리, 10홈런, 25타점.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무시무시한 타격이다.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두산 노경은과 NC 해커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NC 테임즈가 1회 1사 1, 2루에서 두산 노경은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아쉬운 발걸음으로 타석을 물러나고 있는 테임즈.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4.07
지난 3년간 그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타자였다. 2014년 3할4푼3리-37홈런-121타점을 마크한 테임즈는 지난해 3할8푼1리-47홈런-140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 사이클링 히트 두번에 리그 최초로 '40(홈런)-40(도루)'까지 달성했다. 올해도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8일 현재 타율 3할8푼(3위)-15홈런(1위)-42타점(4위)을 기록하고 있다. 컨택트 능력, 장타 생산능력, 클러치 능력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어벤져스의 슈퍼 히어로급 능력이다.

시즌 시작 전에도 그랬지만, 현 시점에서 테임즈는 가장 유력한 홈런왕 후보다. 지난해 1~2위 박병호(53개), 야마이코 나바로(48개)가 떠난 올시즌 강력한 적수가 보이지 않는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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