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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강력해진 불펜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는 지난 겨울 마무리 손승락과 셋업맨 윤길현을 영입해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불펜진을 대폭 강화했다. FA 계약을 통해 손승락은 4년 60억원, 윤길현은 4년 38억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 두 선수의 존재감은 기대했던 것보다 떨어진다. 23일 현재 손승락은 13경기에서 5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24, 윤길현은 20경기에서 1승2패, 8홀드, 평균자책점 3.15를 마크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걸까. 롯데는 초반 대량실점으로 분위기를 빼앗긴 경기에서 롱릴리프들이 추가실점을 하는데다 타자들도 힘없이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선발이 무너진 후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박빙의 상황이 마련돼야 윤길현과 손승락에게 등판 기회가 생기는데 원천 봉쇄당하는 꼴이다. 블론세이브는 다른 문제다.
선발진 재건이 시급한 이유다. 최근 송승준이 어깨 통증을 호소하면서 롯데는 다시 선발진 운영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주말 두산 베어스와의 홈 3연전에 김원중 박세웅 박진형이 선발로 나섰다. 2군에 있던 김원중과 중간계투 박진형을 로테이션에 긴급 수혈했다. 송승준과 또다른 선발 요원인 고원준이 컨디션을 회복할 때까지 이같은 선발진 운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조원우 감독은 "송승준과 고원준은 구위가 올라오기 전까지는 안쓴다"고 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이번 주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비상 로테이션을 지속시킬 방침이다. 다행히 박진형은 22일 두산전에서 5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두며 로테이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0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김원중은 3이닝 동안 5안타를 맞고 5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 김원중은 이번 시즌 두 차례 선발 등판 기회를 모두 살리지 못했다.
따라서 롯데가 이번 주 가동할 로테이션에는 린드블럼과 레일리, 박세웅, 박진형 등 4명에 임시 선발 1명이 추가될 전망이다. 조 감독은 5선발 후보로 이성민과 이정민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차피 어느 팀이든 확고한 5인 로테이션을 구축하지 못하는 이상 5선발 자리는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 조 감독 역시 "4선발(박진형)이 자리를 잡는다면 5선발은 상황에 따라 올리면 된다"고 했다.
롯데는 올시즌 선취점을 내준 경기에서 4승14패를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5승19패) 다음으로 저조한 승률이다. 또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는 2승18패를 기록했다. 선발이 5회 이전 조기 강판한 15경기에서도 3승12패로 부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회 이후 추격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필승조 투입을 자제할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이기는 경기에서도 큰 점수차로 승부를 끝내는 경우가 많아 마무리 손승락의 활용폭이 작다. 투자를 한만큼 성과를 거두려면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