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154㎞' 막강한 구위 니퍼트는 왜 무너졌나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5-22 17:34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 1실점한 두산 니퍼트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07/

120㎞ 커브 한 개. 한 복판으로 들어간 실투 한 개가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무너졌다. 니퍼트는 2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⅔이닝 6안타 7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93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은 6개, 볼넷 4개. 전날까지 7승1패로 다승 부문 단독 1위에 올랐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만들어졌다. 쉼 없이 달려오던 두산의 연승도 '8'에서 끊겼다.

2011년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롯데에 아주 강한 투수다. 앞선 경기까지 통산 15경기(선발 14경기)에 등판해 8승3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7일 잠실 경기에서 6⅔이닝 5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야수들의 득점 지원이 없어 패전 투수가 됐지만,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4회말 와르르 무너졌다. 1회부터 154㎞의 강속구를 뿌려대며 롯데 타선을 압도하다가 하위 타순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4회 선두 타자 김상호에게 중전 안타, 강민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만들어진 1사 1,2루였다. 타석에는 이여상. 주전 유격수 문규현이 갈비뼈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가며 최근 출전 기회를 잡은 1.5군 선수였다.

니퍼트는 초구 직구를 바깥쪽으로 뿌려 1S를 만들었다. 시속 148㎞의 빠른 공이 들어오자 타자는 미동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2구째 공을 던지기 앞서 니퍼트와 양의지의 사인이 맞지 않았다. 니퍼트가 마운드에서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면서 이여상은 타임을 요청, 긴박하게 흘러가던 상황이 잠시 끊겼다.

다시 양의지와 니퍼트가 사인을 주고 받았다. 이번에는 곧바로 니퍼트가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바깥쪽 커브. 하지만 한 가운데 치기 좋게 날아 들어왔다. 완벽한 실투였다. 그 공을 이여상이 놓치지 않았다.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연결했다. 이후 니퍼트는 계속된 1사 2,3루에서도 정 훈에게 2타점짜리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당시 두산 내야진은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는데, 정 훈이 엉덩이가 빠지면서 때린 공이 3루수 유격수 사이로 빠져 나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실점 장면은 계속 나왔다. 상대 8번, 또 9번에게도 안타를 맞은 니퍼트는 이후 더 크게 흔들렸다. 0-3이던 2사 1,3루에서 김문호에게 우월 3점 홈런을 맞았다. 볼카운트 2B에서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4할 타자의 '감'을 이길 수 없었다. 이어 최준석을 상대로도 볼카운트 1S에서 바깥쪽 높은 직구(151㎞)를 던지다 115m짜리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니퍼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결론적으로 이여상에게 던진 그 커브 한 개가 아쉬웠다. 좀 더 바깥쪽으로 흘러나갔거나, 다른 구종을 선택했어야 했다. 구위만 놓고 보면 교통 사고에 따른 후유증은 없는 듯 했으나, 결과는 조기 강판이었다.

부산=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