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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커브 한 개. 한 복판으로 들어간 실투 한 개가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4회말 와르르 무너졌다. 1회부터 154㎞의 강속구를 뿌려대며 롯데 타선을 압도하다가 하위 타순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4회 선두 타자 김상호에게 중전 안타, 강민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만들어진 1사 1,2루였다. 타석에는 이여상. 주전 유격수 문규현이 갈비뼈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가며 최근 출전 기회를 잡은 1.5군 선수였다.
니퍼트는 초구 직구를 바깥쪽으로 뿌려 1S를 만들었다. 시속 148㎞의 빠른 공이 들어오자 타자는 미동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2구째 공을 던지기 앞서 니퍼트와 양의지의 사인이 맞지 않았다. 니퍼트가 마운드에서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면서 이여상은 타임을 요청, 긴박하게 흘러가던 상황이 잠시 끊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실점 장면은 계속 나왔다. 상대 8번, 또 9번에게도 안타를 맞은 니퍼트는 이후 더 크게 흔들렸다. 0-3이던 2사 1,3루에서 김문호에게 우월 3점 홈런을 맞았다. 볼카운트 2B에서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4할 타자의 '감'을 이길 수 없었다. 이어 최준석을 상대로도 볼카운트 1S에서 바깥쪽 높은 직구(151㎞)를 던지다 115m짜리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니퍼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결론적으로 이여상에게 던진 그 커브 한 개가 아쉬웠다. 좀 더 바깥쪽으로 흘러나갔거나, 다른 구종을 선택했어야 했다. 구위만 놓고 보면 교통 사고에 따른 후유증은 없는 듯 했으나, 결과는 조기 강판이었다.
부산=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