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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타자가 불안하면 득점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가 지금 그렇다. 마땅한 톱타자가 없다. 롯데는 5월 들어 18일까지 14경기를 치렀다. 이 가운데 7점 이상 낸 경기가 5번, 3득점 이하 경기가 7번이다. 그만큼 타선의 기복이 크다는 이야기인데, 톱타자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아두치는 지난 12일 넥센 히어로즈전부터 18일 SK 와이번스전까지 6경기 연속 톱타자로 나서는 동안 타율 2할2푼2리(27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이 기간 볼넷은 2개 밖에 얻지 못했고, 삼진은 8개를 당했다. 최근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며 8타점을 올렸으니, 클러치 히터로서의 능력을 더 발휘한 셈이다. 아두치의 올시즌 출루율은 3할1푼에 불과하다. 역시 톱타자로서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조원우 감독은 아두치를 톱타자로 내세우고 있다. 결론은 현재 롯데 타선의 상황에서는 최선이라는 것이다. 조 감독은 "아두치가 지금 그렇게 좋은 타격감이 아니기 때문에 중심타선에 세우기는 힘들다. 우리는 하위타선이 고정돼 있어 아두치를 1번에 놓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했다. 롯데의 7~9번 타순에는 정 훈 손용석 김대륙 등이 들어간다. 시즌 초 톱타자였던 정 훈은 타격감이 일정치 않아 하위타순으로 옮겼고, 손용석과 김대륙은 부상을 입은 3루수 황재균과 유격수 문규현을 대신해 선발 출전하고 있다. 이들의 타순을 바꾸기는 힘들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1번타순에 아두치를 넣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조 감독은 "2,3번 김문호와 손아섭이 출루가 좋고, 최준석과 김상호 강민호가 클러치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아두치를 1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아두치는 발도 빠르다"면서 "감이 좋지 않은 아두치가 4번 타자로 나설 경우 공격의 맥이 끊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시즌 초 아두치는 지난 시즌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덤벼들고 스윙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톱타자라면 공을 끈질기게 보고 출루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아두치의 타격 스타일은 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빠른 발도 출루가 뒷받침돼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인데 아두치는 톱타자로 나선 이후 도루 1개를 추가했을 뿐이다.
시즌 초 롯데는 정 훈과 손아섭을 테이블세터로 내세우고 황재균, 아두치, 최준석, 강민호로 중심타선을 꾸렸다. 그런데 이 타순에 변화가 생겼다. 김문호가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며 2번에 자리잡은데다 황재균이 부상으로 1군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톱타자를 치던 손아섭이 3번으로 이동하고, 아두치가 톱타자로 나서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이제는 황재균이 돌아왔다. 발가락 골절 및 손목 부상을 벗어난 황재균은 이날 1군에 올라 9회 대타로 들어섰다. 황재균이 선발 라인업에 오르게 되면 톱타자 자리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두치가 계속해서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