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전고투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건실함, 그리고 팀을 연패 탈출로 이끄는 추진력.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가 드디어 에이스의 본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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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서 알 수 있는 로저스는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하진 못했다. 매우 많이 얻어맞았다. 하지만 휘청이면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위기 순간에는 150㎞(삼성 전력분석 기준)의 강속구를 앞세운 정면승부로 대량실점을 절묘하게 피해나갔다. 포항구장 전광판에는 152㎞까지 찍혀나왔다.
1회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1사 후 박한이와 구자욱에게 연속안타를 맞아 1사 1, 2루에 몰렸다. 그러나 최형우를 삼진, 이승엽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 1-0으로 앞선 2회에 첫 실점을 했다. 1사후 조동찬에게 좌전 2루타를 맞은 뒤 2사 2루에서 김재현에게 동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4회말을 무실점으로 넘긴 로저스는 5회에 실책으로 대량실점 위기에 빠졌다. 선두타자 구자욱의 내야안타에 이어 최형우의 좌전안타로 된 무사 1, 2루에서 이승엽이 3루수 앞쪽으로 병살타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한화 3루수 송광민의 재빠른 송구를 2루 커버에 들어온 베테랑 정근우가 잡지 못하는 실책을 저질러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선발 투수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로저스는 이 위기도 단 1실점으로 버텨냈다. 백상원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했지만, 야수진의 중계 플레이로 2루로 뛰던 이승엽이 아웃되며 2사가 됐다. 로저스는 2사 3루에서 조동찬을 초구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실책을 범한 정근우는 6회말 1사 1루에서 배영섭의 안타성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멋진 점핑캐치로 잡아낸 뒤 1루 주자까지 아웃시켜 로저스에게 진 빚을 갚았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로저스는 선두타자 박한이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이어 구자욱의 2루수 땅볼로 1사 2루가 됐다. 후속타자 최형우에게도 우전안타를 맞아 1사 1, 3루로 위기가 짙어진 상황. 그러나 이승엽이 삼진을 당했고, 동시에 주자들이 더블 스틸을 시도하자 최형우를 태그아웃시키며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3루주자 구자욱의 홈득점은 인정됐다. 그래도 팀은 8-5로 리드를 유지했다. 로저스가 내려가자 한화는 8회에 권 혁을 올려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어 9회에는 송창식을 투입했는데, 송창식이 2사 후 이영욱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뒤 구자욱도 볼넷으로 내보내 흔들리자 정우람이 나왔다. 정우람은 최형우를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고 세이브를 올리며 경기를 끝냈다.
이날 시즌 첫 승을 거둔 로저스는 "첫 승을 해서 매우 좋다. 오늘 피칭의 모든 부분에서 만족한다"면서 "처음에는 투구감이 올라오지 않아 구속이 나오지 않았지만 2회부터 점점 구속이 좋아졌다. 오늘은 부상으로부터 돌아온 지 얼마 안돼 빠른 구속보다는 아웃카운트를 잡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팀이 이기는게 중요하다. 컨디션이 아무리 좋아도 팀이 지면 소용이 없다"면서 "팀 에이스로 내가 나가는 경기를 다 이길순 없지만, 내가 할수 있는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 좋은 피칭을 약속했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