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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순간이었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와 격돌한 17일 잠실구장. 두산 유격수 김재호는 0-0이던 2회 실책을 저질렀다. 1사 만루, 9번 강한울이 때린 공이었다. 애초 병살 플레이는 힘든 타구였다. 강한울의 빠른 발을 감안하면 포구 뒤 2루 토스가 최선이었다. 그런데 느리게 굴러온 공을 놓치고 말았다. 올 시즌 첫 실책이 37경기째 만에, 하필이면 선발 투수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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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얘기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17일까지 37경기 성적은 타율 0.301(113타수 34안타)에 2홈런 23타점이다. 장타율(0.407), 출루율(0.390)도 9번 타자로 기대 이상의 수치. 지난해 생애 첫 유격수 든 글러브를 수상한 그는 올해도 유격수로, 9번 타자로 KBO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김재호는 "작년부터 타석에서 노림수를 갖고 방망이를 휘두른다. 원래 공이 들어오는 대로 치는 편이었는데,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며 "어제는 지크의 공이 워낙 좋고 변화구도 빨라, 포인트를 앞에 두고 있었다. 초구에 빠른 슬라이더가 날아와 희생플라이로 연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최근 타격감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타석에서 너무 서둘렀다"며 "공을 좀 몸에 붙여놓고 때려야 하는데 맞히는 데 급급했다. 그래도 어제는 다행히 타점을 올려서 한 숨 돌렸다"고 했다.
캡틴 완장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들을 수 있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 그는 홍성흔-오재원에 이어 주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팀 야수 중 어린 선수들이 많다. 무엇보다 후배들이 부담감을 갖지 않고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며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자주 하고 싫은 소리는 최대한 줄이는 게 주장의 역할 같다. 앞서 4연패를 했을 때도 우리 선수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다같이 모여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했다.
김재호는 또 "솔직히 내 것만 하면 됐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신경 쓸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하지만 주장이 된 만큼 올해 꼭 팀이 2연패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WBC에 출전하는 게 목표이고, 지난해 거둔 성적을 올해도 잘 유지해 몇 년간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