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대체불가' 김재호가 말하는 첫 실책, 그리고 노림수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5-18 10:04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1사 1,2루서 두산 김재호가 최주환 타석 때 3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5.17.

아찔한 순간이었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와 격돌한 17일 잠실구장. 두산 유격수 김재호는 0-0이던 2회 실책을 저질렀다. 1사 만루, 9번 강한울이 때린 공이었다. 애초 병살 플레이는 힘든 타구였다. 강한울의 빠른 발을 감안하면 포구 뒤 2루 토스가 최선이었다. 그런데 느리게 굴러온 공을 놓치고 말았다. 올 시즌 첫 실책이 37경기째 만에, 하필이면 선발 투수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경기 내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선발 투수에게도, 야수들에게도 미안했다. 하지만 이를 타석에서 만회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1이던 5회 1사 1,3루, KIA 선발 지크의 초구를 공략해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또 7회에는 볼넷으로 걸어나가 1사 1,2루에서 기습적인 3루 도루를 감행, 후속 최주환의 중견수 뜬공 때 결정적인 득점까지 올렸다. 올 시즌에도 대체불가인 두산의 9번 타자. 결승타는 벌써 4차례로 김재환과 함께 팀 내 공동 선두다.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두산 김재호가 7회 SK 김승회를 상대로 투런홈런을 날렸다. 득점하며 강동우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김재호.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10
김재호는 18일 시즌 첫 실책 상황에 대해 "예측 수비를 하고 있었다. 주자에 가려 순간적으로 타구를 놓쳤다"고 돌아봤다. 또 "점수는 주고 아웃카운트를 늘려야 했는데, 너무 서둘렀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평소 포수의 위치, 구종, 타자의 성향에 따라 미리 공이 날아올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다. 보통의 내야수가 하기 힘든 한 단계 수준 높은 수비를 선보인다. 워낙 송구가 정확하고 스텝 또한 안정적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플레이. 그런데 이날은 2루 주자 서동욱이 3루로 뛰면서 공을 가렸다. 순간적으로 스텝이 엉켜 버렸고, 바운드 계산도 완벽히 하지 못했다. 김재호는 "처음부터 병살은 힘들다고 봤다. 예측 수비를 하지 않았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는데, 하필 그 순간 주자가 지나가더라"고 했다. 그러나 이내 "솔직히 첫 실책이 나와서 후련한 것도 있다. 그동안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실책 개수를 머릿속에 넣고 있었다"며 "앞으로 더 편하게 플레이 하겠다"고 웃었다.

타격 얘기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17일까지 37경기 성적은 타율 0.301(113타수 34안타)에 2홈런 23타점이다. 장타율(0.407), 출루율(0.390)도 9번 타자로 기대 이상의 수치. 지난해 생애 첫 유격수 든 글러브를 수상한 그는 올해도 유격수로, 9번 타자로 KBO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김재호는 "작년부터 타석에서 노림수를 갖고 방망이를 휘두른다. 원래 공이 들어오는 대로 치는 편이었는데,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며 "어제는 지크의 공이 워낙 좋고 변화구도 빨라, 포인트를 앞에 두고 있었다. 초구에 빠른 슬라이더가 날아와 희생플라이로 연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최근 타격감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타석에서 너무 서둘렀다"며 "공을 좀 몸에 붙여놓고 때려야 하는데 맞히는 데 급급했다. 그래도 어제는 다행히 타점을 올려서 한 숨 돌렸다"고 했다.

캡틴 완장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들을 수 있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 그는 홍성흔-오재원에 이어 주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팀 야수 중 어린 선수들이 많다. 무엇보다 후배들이 부담감을 갖지 않고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며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자주 하고 싫은 소리는 최대한 줄이는 게 주장의 역할 같다. 앞서 4연패를 했을 때도 우리 선수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다같이 모여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했다.

김재호는 또 "솔직히 내 것만 하면 됐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신경 쓸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하지만 주장이 된 만큼 올해 꼭 팀이 2연패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WBC에 출전하는 게 목표이고, 지난해 거둔 성적을 올해도 잘 유지해 몇 년간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