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다시 한번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130만달러(한화 약 14억7700만원)의 거액을 받는 윌린 로사리오는 과연 한화 이글스와 상성이 맞는 선수일까. 팀 전력 구조상 정말 130만달러에 합당한 활약을 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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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작 로사리오가 코너 내야 수비에서도 불안감을 드러내면서 벌어졌다. 결국 남은 포지션은 지명타자 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로사리오는 총 84타석 가운데 87%에 달하는 73타석을 지명타자로 소화했다. 포수로는 3타석(3%), 1루수로는 4타석(5%)을 나갔다. 대타로도 4타석(5%)을 치렀다. 3루수로 나와 타석에 들어선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시즌 초반 한화의 야수진 구성면에서 볼때 로사리오가 '지명타자'로만 나오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다. 사실 이런 의문점은 로사리오의 입단 직전부터 제기됐다. 기자는 로사리오의 입단이 확정발표되기 직전에 '로사리오는 정말 한화에 어울리는 선수일까'(본지 1월20일자)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에 두 가지 관점에서 로사리오가 한화라는 팀의 구조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하나는 포지션 선택의 비효율성을 짚었다. 포수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고, 코너 내야수로는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어 로사리오의 과거 기록에서 나타난 장타력 감소 경향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2012년 28홈런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로사리오의 공격 지표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130만달러의 투자대비 효과가 의심됐다. 로사리오의 영입이 성공하려면 2012년에 준하는 공격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 당시의 우려가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로사리오는 지금까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130만달러에 걸맞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만약 로사리오가 지명타자로만 나온다면 보다 압도적인 장타력을 앞세워 확실한 '타점 콜렉터'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공격력은 어중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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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역시 로사리오의 활용에 관해 고민했다. 급기야 지난 4월 24일 잠실 두산전부터 30일 대전 삼성전까지 5경기 연속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로사리오의 타격 부진과 팀 수비력 강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선발에서 제외되기 이전까지 로사리오의 타율은 2할9푼6리(71타수21안타)였고, 1홈런에 5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김 감독은 로사리오를 선발에서 제외한 뒤 지난해까지 1군 타격코치를 하다가 올해 육성군 수비코치로 보직을 이동한 쇼다 고죠 코치를 불러와 전담 지도를 맡겼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 5경기 동안 선발에서 빠진 채 집중 지도를 받은 로사리오는 1일 대전 삼성전에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시즌 2호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경기 후 이런 활약을 한 로사리오에 관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코멘트 속에 로사리오에 관한 김 감독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 바라는 모습이 드러난다. 로사리오는 진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팀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화는 또 다른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