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의 4월 박병호, 그러나 득점권은 아쉬웠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5-01 09:26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가 1일(한국시각)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조던 짐머맨을 상대로 시즌 6호 홈런을 작렬하며 화려한 4월 일정을 마쳤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가 숨가빴던 4월 일정을 마쳤다.

KBO리그 홈런왕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한 달이었다. 박병호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벌어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게임에서 시즌 6호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4타수 1안타 1타점. 4월 한 달간(현지 기준) 19경기에서 타율 2할2푼7리(66타수 15안타), 6홈런, 8타점, 9득점을 기록했다.

홈런에 관한 기록이 화려하다. 이날 현재 홈런 부문에서 박병호는 팀내 최다, 올시즌 신인 최다, 아메리칸리그 공동 7위를 마크중이다. 또한 박병호는 미네소타 신인 4월 최다홈런 2위의 주인공이 됐다. 1982년 켄트 허벡이 세운 8홈런이 미네소타 구단 신인 4월 최다홈런 기록이다.

특히 박병호는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에이스 조던 짐머맨에게 시즌 첫 피홈런의 수모를 안겨줬다. 박병호는 0-3으로 뒤진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짐머맨의 87마일짜리 한복판 낮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몰린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를 그리며 뻗어나가자 수비를 하려던 디트로이트 외야수들도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 홈런을 지켜봤다. 비거리는 435피트(약 133m). 지난달 28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 이후 3일만에 터뜨린 시즌 6호 아치.

박병호가 에이스 선발을 상대로 홈런을 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 겨울 5년 1억1000만달러의 FA 계약을 맺고 디트로이트로 이적한 짐머맨은 전날까지 올시즌 4전 전승에 평균자책점 0.35로 무섭게 질주했다. 이날도 7이닝 동안 6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시즌 5승째를 거두고 아메리칸리그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런 짐머맨의 시즌 첫 피홈런이 박병호의 방망이에서 나온 것이다. 박병호는 나머지 세 번의 타석에서는 안타없이 물러났고, 미네소타는 1대4로 패하며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박병호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SI)가 선정한 4월의 메이저리그 올스타에서 지명타자 부문의 주인공으로 꼽혔다. 그만큼 현지에서도 박병호의 파워에 감탄을 쏟아내고 있고, 그를 성공한 아시아 출신 거포로 평가하고 있다. 미네소타가 지난 겨울 그에게 투자한 2485만달러(포스팅비 1285만달러, 4년 보장 연봉 1200만달러)의 근거를 박병호는 4월 한 달간 보기 좋게 마련해줬다. 차원이 다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어느정도 적응을 마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즌 초 타순이 들쭉날쭉했던 박병호는 최근 6경기 연속 선발출전하는 동안 5번타자로 5차례 나섰다. 박병호의 위상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옥의 티'라고 해야 할까. 화려한 한 달을 보낸 박병호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났다. 득점권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득점권에서 1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득점권에서 타점을 올린 것은 한 번 뿐이다. 지난 28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1회말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를 불러들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홈런 6개가 모두 솔로포라는 사실이 이상할 것도 없다. 아메리칸리그에서 홈런 5개 이상을 친 타자중 박병호보다 타점이 적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득점권이 되면 투수들의 집중력의 정도가 달라진다. 공의 스피드와 철저한 코너워크, 공략이 결코 쉽지가 않다. 박병호는 득점권에서 삼진을 6번 당했고, 특히 두 차례 만루에서는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주자가 없을 때 타율 3할2푼5리(40타수 13안타)를 쳤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7푼7리(26타수 2안타)에 머물렀다. 그만큼 주자가 있을 때, 특히 득점권에서 인상적인 타격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 한 달을 보냈을 뿐이다. 박병호는 홈런 6개의 평균 비거리가 133m로 강력한 파워를 인정받은만큼 주자가 있을 때의 타격에서도 적응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