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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은 4명이었다.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두산 베어스가 KIA 타이거즈에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두산은 30일 광주 KIA전에서 7대5로 승리했다. 최근 야수들의 페이스가 전체적으로 떨어졌지만 집중력을 발휘했다. 시즌 성적은 17승1무6패. 연패가 없다. 반면 KIA는 9승13패로 10승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2회 주연 류지혁
선린중-충암고 출신 류지혁은 이날 데뷔 첫 선발 출전했다. 그것도 유격수라는 중책이다. 하지만 긴장감, 부담감 따위는 엿볼 수 없었다. 환상적인 수비를 펼치며 선발 장원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회를 삼자범퇴로 간단히 끝낸 장원준은 2회 들어 흔들렸다.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로 무사 만루를 자초한 뒤 7번 김다원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계속된 무사 만루 위기. 8번 이성우는 땅볼이었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크게 바운드된 공이 투수 키를 넘어갔다. 이 때 류지혁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포구한 뒤에는 글러브를 살짝 벌려 그대로 2루수 오재원에게 토스, 병살 플레이를 완성했다.
메이저리그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공을 잡은 순간 이미 2루 베이스를 지나쳤기 때문에 뒤쪽 오재원에게 송구하기는 까다로웠다. 그것도 글러브를 낀 채로. 하지만 해냈다. 오재원도 그 공을 맨손으로 잡아 1루에 뿌리는 센스를 발휘했다. 그는 4회에도 '한 건' 했다. 1사 후 김주형이 친 중전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리며 낚아채 1루로 정확하게 송구했다. 이번에도 투수 장원준은 말없이 박수를 보낸 뿐이었다.
3회 주연 허경민
허경민은 시즌 초반 붙박이 1번으로 중용됐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보여준 엄청난 폭발력. 코칭스태프가 원한 모습이다.
하지만 득점권 찬스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것도 잠시, 4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감'이 뚝 떨어졌다. 22일 대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7회초 중전 안타를 때린 이후 안타가 없었다. 다음날부터 2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까지 6경기 연속 무안타 경기. 총 24차례 타석에 들어서 19타수 무안타. 볼넷 3개에 몸에 맞는 공 1개, 희생 번트가 한 개였다.
그토록 원하던 안타는 3회 나왔다. 1-0이던 2회 무사 1,2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한 그는 2-2이던 3회 2사 2,3루에서 오른쪽 펜스를 직접 때리는 2루타를 폭발했다. KIA 선발 지크의 커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자 2루 주자 양의지는 여유있게 홈으로 들어왔다. 1루 주자 오재원도 속도를 붙여 홈으로 쇄도하려 했지만, 타구가 워낙 빠르게 날아가 전형도 3루 베이스 코치가 이를 저지했다. 3-2 두산의 리드. 이 안타가 결승 타점이다.
5회 주연 오재원
오재원이 끈질긴 승부 끝에 시즌 1호 홈런을 터뜨렸다. 그는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서가던 5회 1사 1루에서 KIA 선발 지크의 직구를 잡아 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볼카운트는 3B2S, 투수도 타자도 도망갈 곳이 없었다. 던지는대로, 들어오는대로 승부를 봐야했다. 그리고 오재원은 무려 14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전날 결정적인 2개의 실책을 저지른 오재원은 이날 경기에 대한 각오가 남달라 보였다. 2회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 6회 볼넷을 얻어내며 상대 배터리를 괴롭혔다. 이후 6회 세 번째 타석. 볼카운트 2B1S에서부터 파울 놀이가 시작됐다. 4~11구까지 8개 연속 커트했고 12구가 볼로 판정된 뒤 13구마저 파울로 만들었다. 여기서 지크가 던진 14번째 공은 146㎞ 직구. 한 가운데 실투였는데, 그대로 잡아당겨 우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비거리는 115m다.
8회 주연 홍성흔
최고참 홍성흔이 돌아왔다.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최주환을 내리고 홍성흔을 콜업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왼 햄스트링이 찢어졌다. 1회 내야 땅볼을 치고 전력 질주하다가 베이스 근처에서 쓰러졌다. 천만다행으로 MRI 검진 결과는 3주 진단이었다. 이후 착실히 재활을 하며 2군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16게임 성적은 47타수 17안타 타율 0.362, 7타점.
6회 1사 1루 2번 박세혁의 타석 때 대타로 등장했다. 3루수 방면 병살타였다. 하지만 8회 2사 2,3루에서 우월 2루타를 폭발했다. 7-3으로 달아가는 귀중한 한 방이다.
광주=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