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네스와 에반스로 본 외인타자들의 적응력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4-24 11:12


LG 트윈스 루이스 히메네스는 23일 현재 8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21일 잠실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좌월 3점홈런을 날린 히메네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시즌 초 외국인 타자들간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기존 타자들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반면 새 인물들은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가장 뚜렷이 대비되는 외인 타자는 LG 트윈스 루이스 히메네스와 두산 베어스 닉 에반스다. 둘 다 팀의 중심타자로 나서고 있지만, 존재감은 천지차이다. 히메네스가 LG 타선의 핵심인 반면 에반스는 KBO리그에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대체 선수로 합류한 히메네스는 올해가 KBO리그 두 번째 시즌이다. 지난해에는 70경기에서 타율 3할1푼2리, 11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맞히는 능력과 클러치 능력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끝낸 상황. 올시즌에는 시작부터 5번 3루수로 선발출전하며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23일 현재 히메네스는 타율 3할3푼3리, 8홈런, 16타점을 기록중이다. 홈런 부문 선두다. 장타력을 지닌 거포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이처럼 폭발적인 페이스를 보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15일 한화 이글스전과 21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각각 2개의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 시즌 후 LG는 히메네스의 거취를 고민했지만, 그만한 실력을 지닌 타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재계약을 결정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히메네스의 실력을 제대로 알아본 셈이다. 확실히 지난해보다는 노련미 넘치는 타격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선구안이 더욱 정교해졌다. 히메네스는 지난해 299타석에서 볼넷 12개를 얻었고, 삼진은 48개를 당했다. 올해는 72타석에서 볼넷 7개를 얻었고, 삼진은 8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맞히는 능력이 탁월해지면 홈런도 늘어나는 법. 8홈런 가운데 잠실에서 때린 것이 4개다. 그만큼 파워와 정확성 모두 나무랄데 없다는 의미다. 여전히 적극적인 타격을 하지만 유인구를 골라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KBO리그 투수들에 대한 적응을 마친 외인 타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에반스는 정반대의 상황을 겪고 있다. 이날 한화전까지 18경기에서 타율 1할6푼4리, 1홈런, 5홈런에 그쳤다. 팀이 선두를 질주하고 있어 에반스의 부진이 부각되지 않을 뿐 김태형 감독의 마음은 편치 않다. 에반스는 오재일과 함께 1루수와 지명타자에서 포지션을 주고받으며 출전하고 있다. 오재일이 15경기서 타율 4할8푼8리, 3홈런, 12타점을 때린 것을 보면 에반스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에반스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7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7리, 10홈런, 53타점을 올렸고, 지난해 트리플A에서는 139경기에서 타율 3할1푼과 17홈런, 94타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연봉 55만달러에 그를 영입할 당시 클러치 능력에 주목했다. 장타력을 갖추고 있다고도 봤지만, 그보다는 득점권 집중력이 타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74타석에서 10개의 볼넷을 얻은 반면 삼진은 18개를 당했다. 총 325개의 투구를 상대한 에반스는 헛스윙 비율이 11.7%(38개)로 두산 타자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11타석에 들어선 박세혁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 타격을 해서 공을 페어 지역으로 보낸 비율은 13.5%로 이 역시 박세혁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기록이다. 공을 맞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원바운드 가깝게 떨어지는 포크볼이나 커브에 쉽게 당한다는 것이 두산측의 진단. 때로는 높은 직구에도 방망이를 헛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비단 에반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SK 와이번스 고메즈나 한화 로사리오, 삼성 라이온즈 발디리스 등 올해 새롭게 한국땅을 밟은 외인 타자들이 똑같이 겪고 있는 일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로사리오가 삼진을 많이 당하는 것에 대해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유인구에 잘 속는다. 우리 투수들이 다 그렇게 던지지 않는가"라고 설명했다. 로사리오는 이날까지 76타석 가운데 삼진 23번을 당했다. SK 김용희 감독도 고메즈의 부진을 놓고 "시즌 초 KBO리그 투수들에게 고전하는 것은 유인구에 대한 적응 문제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날 현재 새 외국인 타자 5명의 평균 타율은 2할4푼(합계 312타수 77안타, 11홈런, 45타점), 나머지 5명의 평균 타율은 3할9리(합계 317타수 98안타, 20홈런, 73타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두산 베어스 새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가 좀처럼 적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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