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 홈런, 김상현·이성열만큼 극적이었다.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4-20 10:37


서동욱이 20일 광주 삼성전에서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트레이드 이후 첫 1군 등록, 첫 타석, 첫 스윙, 첫 홈런…. 서동욱(32·KIA 타이거즈)에게 드라마 같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났다.

20일이었다. 안방인 광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 김기태 KIA 감독은 5-1로 앞선 8회 2사 2루가 되자 덕아웃 뒤편에서 스윙 연습을 하던 서동욱을 대타로 출전시켰다. 6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조건 없는 트레이드로 친정팀 KIA로 돌아온 뒤 처음 맞는 타석. 그는 삼성 우완 불펜 김동호를 상대로 침착하게 볼 2개를 골라냈다. 낮은 유인구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3구째 139㎞짜리 투심 패스트볼. 가운데로 공이 휘어 들어오자 그대로 방망이를 돌렸다.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쐐기 투런포였다.

휘문중-경기고 출신 서동욱은 2003년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이다. 1m88, 99㎏의 좋은 신체 조건, KIA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 적응은 쉽지 않았다. KIA는 물론 LG 트윈스, 넥센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의 주변인들은 "누구보다 성실히 훈련하는 선수다. 신인 때도, 서른 살이 넘어서도 한 결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그 노력이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홈런으로 트레이드 성공 신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고작 한 경기, 이제 한 타석, 단 한 개의 홈런일 뿐이지만 앞선 선수들이 그렇게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자마자 대포를 가동한 대표적인 선수는 김상현과 이성열이다. 김상현은 2013년 5월6일 KIA에서 SK로 팀을 바꾸고 첫 경기부터 손 맛을 봤다. 5월6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 4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원맨쇼를 펼쳤다. 홈런 장면은 8회였다. 정재훈의 포크볼을 통타해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 아치를 그려냈다. 이후 그는 특별지명을 통해 kt 위즈 소속이 됐다. 지금은 부상으로 엔트리에 없지만 변함없는 팀 중심 타자다.

이성열도 첫날부터 화끈하게 폭발했다. 지난해 4월9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대타로 나와 두 타석에서 3타점을 쓸어 담았다. 4회말 2사 1,2루에서 우익수쪽 2루타, 2-3이던 6회말 2사 1루에서는 좌중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당시 넥센에서 한화로 이적한 그는 그 날 곧바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트레이드 이후 모든 게 어색할 법 하지만 한 편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올 시즌 경쟁을 뚫고 외야 한 자리를 따냈다. 트레이드가, 첫 날 터진 홈런이 야구 인생을 바꿔 놓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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