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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교체 타이밍을 잡기 힘든 시기 중 하나는 5회다.
선발 투수가 리드하고 있은 상황에선 5회를 마치면 승리투수 요건이 갖춰지는데 5회에 위기가 왔을 때가 고민이다. 상황으로 보면 교체해야하지만 선발 투수에게 조금의 기회를 더 줘서 막게된다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면서 선수의 자신감 역시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 투수 교체를 미루다가 상대에게 오히려 기회를 주면서 경기가 어렵게 풀릴 수도 있다.
13일 경기서는 선발 주권이 6-1의 여유있는 리드에서 5회말 위기를 맞았고, 조금 더 기다리다가 넥센의 추격을 허용했다. 김하성의 2루타와 서건창의 안타로 1점을 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2번 고종욱에게도 안타를 허용하며 1점을 더 내줬지만 3번 이택근을 유격수앞 땅볼로 처리하며 2아웃을 잡아 5회말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4번 대니 돈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5번 김민성에게 우전안타로 또 1점을 내줬다. 6-4로 쫓기자 결국 조 감독은 주 권을 내리고 홍성용을 올렸다. 홍성용이 채태인에게 안타를 허용해 6-5가 됐고, 6회말에 1점을 주면서 결국은 6-6 동점이 되며 연장 승부를 했다.
조 감독은 14일 경기전 그 상황을 얘기하면서 "예전에 KIA에 있을 때 이대진이 통산 100승에 도전하면서 5회에 그런 위기를 겪었다. 당시 내가 제발 막으라고 기도를 했었는데 다행히 5회를 넘겼고, 불펜진이 잘 막아 이대진이 100승을 했었다"면서 "어제도 주 권이 막아주길 기도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것을 막았다면 선수 본인이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14일 경기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날 kt 선발 엄상백이 넥센 타선을 상대로 좋은 피칭을 하며 4회까지 3안타(1홈런) 1실점을 했다. kt 타선도 이진영의 스리런포 등으로 4-1로 앞서고 있어 엄상백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5회말 분위기가 바뀌었다. 1사 1루서 1루주자 김하성의 도루와 실책으로 1사 3루가 됐고, 이어 9번 임병욱의 중전안타로 4-2가 됐다. 발빠른 임병욱이 1루에 있는데 1번 서건창의 타석. 조 감독은 이번엔 일찍 칼을 빼들었다. 투구수가 75개였던 엄상백을 내리고 홍성용을 올렸다. 아무래도 발빠른 주자가 있는 상태에서 투구폼이 큰 엄상백이 줄줄이 나오는 왼손타자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왼손인 홍성용이 기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조 감독의 기용이 맞아떨어졌다. 홍성용은 1루주자 임병욱을 견제로 잡아냈고, 1번 서건창에게 3루타를 맞긴 했지만 2번 대타 홍성갑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없이 5회를 마쳤다.
고척돔=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