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투하던 엄상백을 5회에 내린 조범현의 결단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6-04-14 20:56


kt 위즈 엄상백이 14일 고척 넥센전서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고척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14/

감독이 교체 타이밍을 잡기 힘든 시기 중 하나는 5회다.

선발 투수가 리드하고 있은 상황에선 5회를 마치면 승리투수 요건이 갖춰지는데 5회에 위기가 왔을 때가 고민이다. 상황으로 보면 교체해야하지만 선발 투수에게 조금의 기회를 더 줘서 막게된다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면서 선수의 자신감 역시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 투수 교체를 미루다가 상대에게 오히려 기회를 주면서 경기가 어렵게 풀릴 수도 있다.

kt 위즈 조범현 감독이 13,1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이러한 상황을 연달아 겪었다.

13일 경기서는 선발 주권이 6-1의 여유있는 리드에서 5회말 위기를 맞았고, 조금 더 기다리다가 넥센의 추격을 허용했다. 김하성의 2루타와 서건창의 안타로 1점을 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2번 고종욱에게도 안타를 허용하며 1점을 더 내줬지만 3번 이택근을 유격수앞 땅볼로 처리하며 2아웃을 잡아 5회말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4번 대니 돈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5번 김민성에게 우전안타로 또 1점을 내줬다. 6-4로 쫓기자 결국 조 감독은 주 권을 내리고 홍성용을 올렸다. 홍성용이 채태인에게 안타를 허용해 6-5가 됐고, 6회말에 1점을 주면서 결국은 6-6 동점이 되며 연장 승부를 했다.

조 감독은 14일 경기전 그 상황을 얘기하면서 "예전에 KIA에 있을 때 이대진이 통산 100승에 도전하면서 5회에 그런 위기를 겪었다. 당시 내가 제발 막으라고 기도를 했었는데 다행히 5회를 넘겼고, 불펜진이 잘 막아 이대진이 100승을 했었다"면서 "어제도 주 권이 막아주길 기도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것을 막았다면 선수 본인이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14일 경기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날 kt 선발 엄상백이 넥센 타선을 상대로 좋은 피칭을 하며 4회까지 3안타(1홈런) 1실점을 했다. kt 타선도 이진영의 스리런포 등으로 4-1로 앞서고 있어 엄상백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5회말 분위기가 바뀌었다. 1사 1루서 1루주자 김하성의 도루와 실책으로 1사 3루가 됐고, 이어 9번 임병욱의 중전안타로 4-2가 됐다. 발빠른 임병욱이 1루에 있는데 1번 서건창의 타석. 조 감독은 이번엔 일찍 칼을 빼들었다. 투구수가 75개였던 엄상백을 내리고 홍성용을 올렸다. 아무래도 발빠른 주자가 있는 상태에서 투구폼이 큰 엄상백이 줄줄이 나오는 왼손타자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왼손인 홍성용이 기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조 감독의 기용이 맞아떨어졌다. 홍성용은 1루주자 임병욱을 견제로 잡아냈고, 1번 서건창에게 3루타를 맞긴 했지만 2번 대타 홍성갑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없이 5회를 마쳤다.
고척돔=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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