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 강타한 한국 거포들의 첫 홈런의 의미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4-09 14:16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가 9일(한국시각) 홈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서 5회말 솔로홈런을 터뜨린 후 베이스를 돌고 있다. ⓒAFPBBNews = News1

미국 대륙에서 한국산 대포가 폭발했다.

올해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프로야구 홈런왕 출신의 두 거포가 나란히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와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가 9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경기에서 시원한 대포를 터뜨리며 KBO리그 출신 타자에 대한 시선을 한 단계 높여놓았다.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가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면서 한층 달라진 대접을 받고 있는 KBO리그가 이날 두 거포의 홈런으로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리안 메이저리거 첫 홈런은 박병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박병호는 2-2 동점이던 8회초 1사후 좌중월 솔로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즌 개막 후 꾸준히 기회를 가졌던 박병호는 3경기, 12타석만에 기다렸던 대포를 가동했다.

앞선 세 타석에서 볼넷 1개만을 얻고 나머지 두 차례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던 박병호는 8회초 마침내 장타를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상대는 오른손 투수 호아킴 소리아. 초구 80마일 높은 슬라이더를 볼로 고른 박병호는 2구째 89마일 직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냈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79마일짜리 밋밋한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떨어지자 박병호는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향해 뻗어나갔고, 비거리 433피트(약 132m) 지점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으로 이어졌다.

박병호는 시범경기와 지난 두 경기에서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방망이를 헛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도 세 번째 타석에서 호체바의 3구째 몸쪽으로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커브에 완벽하게 타이밍을 빼앗겼고, 4구째 같은 구종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들다 홈플레이트서 뚝 떨어지자 방망이를 헛돌리고 말았다. 그러나 4번째 타석에서 박병호는 소리아의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몰리는 실투가 되자 자신있게 스윙을 했다. 안정된 스윙 밸런스를 바탕으로 공은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았다. 변화구에 속더라도 박병호의 타격 밸런스는 흔들림이 적다. 그만큼 어떤 공에도 자기 스윙을 한다는 이야기다. 삼진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지만, 실투가 오면 힘있게 배트 중심에 맞힐 수 있기 때문에 대형 홈런이 많이 터진다.

이대호도 워싱턴주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게임에서 첫 아치를 그려냈다. 8번 1루수로 올시즌 첫 선발출전한 이대호는 0-2로 뒤진 5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중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오클랜드 좌완 선발 에릭 서캠프를 상대로 초구 76마일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볼로 고른 이대호는 2구째 88마일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몰리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려 가운데 펜스로 날려보냈다. 오클랜드 중견수 빌리 번스가 펜스를 타고 올라 잡으려고 했지만, 타구는 그 너머에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데뷔 3경기, 5타석만에 터진 통쾌한 추격의 아치였다.

이대호는 앞선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2회 1사 1루서 첫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서캠프의 빠른 공 3개에 연속 당했다. 3구째 89마일 높은 직구에 첵스윙을 하다 삼진 판정을 받았다. 5회 홈런에 이어 7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이대호는 선두로 나가 존 액스포드를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7구째 96마일짜리 한복판 강속구를 공략해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중견수가 뒷걸음치며 잡아내는 플라이아웃.

두 선수 모두 이날 홈런 한 방으로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4차례 홈런왕에 오르는 등 통산 210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거포로 정평이 나있는 상황. 이날 첫 홈런을 터뜨리면서 더욱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도 도전정신을 발휘해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한 이대호는 백업 1루수로 나오고 있지만, 이날 첫 선발출전 기회를 잘 살림으로써 앞으로 출전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같은 날 미네소타 트인스 박병호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서 8회초 좌중간 대형 솔로포를 쏘아올린 뒤 베이스를 돌며 오른손을 치켜들고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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