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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시즌 여름이었던 8월 6일, 대전구장에서 뉴욕 양키스 출신 로저스(31·한화)가 응집력이 떨어진 LG 트윈스 타선을 상대로 화려한 데뷔쇼를 펼쳤다. 첫 등판에서 바로 완투승. 9이닝 동안 30타자를 상대로 3안타 무4사구 7탈삼진 1실점.
당시 "역시 양키스 출신은 다른 것 같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또 "비싼 값을 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시즌 중반이었지만 '로저스 임팩트'는 강렬했다. 그는 2015시즌 KBO리그 10경기에 등판, 4차례 완투하면서 6승2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로저스는 지난 겨울 한화와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190만달러(연봉+계약금)에 재계약했다.
헥터는 2일 마산구장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데뷔전을 치렀다. 7이닝 동안 28타자를 상대해 6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1실점했다. KIA의 4대3 승리를 이끌며 첫 승을 올렸다.
수치상으로 로저스의 개막전과 비교하면 헥터가 밀렸다. 이닝수가 부족했고, 마운드에서 주는 위압감이 좀 달랐다. 한 전문가는 "로저스가 가볍다면 헥터는 묵직한 인상이다"고 평가했다. 김기태 감독이 헥터에게 이닝을 더 맡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첫 등판이라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7이닝만으로도 헥터의 데뷔전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헥터는 몸에 무리를 덜 주는 편안한 투구폼을 유지했다. 또 투구 간격이 짧았다. 포수가 던져주면 바로 바로 뿌렸다. 헥터와 첫 상대한 NC 타자들은 무척 낯설었다.
헥터는 직구와 변화구를 잘 섞어 던져 자신을 잘 모르는 NC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았다. NC 타자들은 장신 헥터(1m91)의 높은 릴리스 포인트와 구속차로 인해 공략에 애를 먹었다. 헥터의 총 투구수는 111개였다. 직구를 68개로 가장 많이 던졌다. 최고 구속은 151㎞. 변화구는 체인지업(29개) 슬라이더(11개) 커브(3개)를 던졌다. 최저 구속은 123㎞ 커브였다. 최고와 최저의 구속 차이는 30㎞ 정도 났다.
헥터의 투구 패턴을 NC전 한 경기로 전부 다 봤다고 볼 수 없다. 그는 "오늘 경기가 100% 내 모습이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이렇게 던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헥터와 로저스의 투구 구종은 같다.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4가지 구종을 주로 던진다. 직구 구속은 헥터와 로저스 모두 150㎞ 초반까지 찍을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로저스가 조금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둘다 큰 구속의 차이로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승부구로 던지는 변화구는 차이가 있다. 헥터의 경우 체인지업을 필살기로 한다. 반면 로저스는 체인지업 보다 커브와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진다.
로저스는 이미 검증을 마쳤고, 헥터는 첫 관문을 잘 통과했다. 두 A급 외국인 선발 투수는 이번 시즌 내내 비교대상이 될 것 같다.
창원=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