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 VS 로저스, 데뷔전에서 드러난 필살기 차이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6-04-03 08:17


스포츠조선

2015시즌 여름이었던 8월 6일, 대전구장에서 뉴욕 양키스 출신 로저스(31·한화)가 응집력이 떨어진 LG 트윈스 타선을 상대로 화려한 데뷔쇼를 펼쳤다. 첫 등판에서 바로 완투승. 9이닝 동안 30타자를 상대로 3안타 무4사구 7탈삼진 1실점.

당시 "역시 양키스 출신은 다른 것 같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또 "비싼 값을 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시즌 중반이었지만 '로저스 임팩트'는 강렬했다. 그는 2015시즌 KBO리그 10경기에 등판, 4차례 완투하면서 6승2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로저스는 지난 겨울 한화와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190만달러(연봉+계약금)에 재계약했다.

로저스에 필적할만한 외국인 투수가 등장했다. KIA가 야심차게 총액 170만달러를 투자해 데려온 헥터(29·등록명)다. 로저스와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12승을 올린 유망주였다. 2014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발 로테이션에서 8승을 올리기도 했다. 로저스는 빅리그에서 주로 불펜 등판, 19승을 올렸다.

헥터는 2일 마산구장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데뷔전을 치렀다. 7이닝 동안 28타자를 상대해 6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1실점했다. KIA의 4대3 승리를 이끌며 첫 승을 올렸다.

수치상으로 로저스의 개막전과 비교하면 헥터가 밀렸다. 이닝수가 부족했고, 마운드에서 주는 위압감이 좀 달랐다. 한 전문가는 "로저스가 가볍다면 헥터는 묵직한 인상이다"고 평가했다. 김기태 감독이 헥터에게 이닝을 더 맡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첫 등판이라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7이닝만으로도 헥터의 데뷔전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헥터는 몸에 무리를 덜 주는 편안한 투구폼을 유지했다. 또 투구 간격이 짧았다. 포수가 던져주면 바로 바로 뿌렸다. 헥터와 첫 상대한 NC 타자들은 무척 낯설었다.

헥터는 직구와 변화구를 잘 섞어 던져 자신을 잘 모르는 NC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았다. NC 타자들은 장신 헥터(1m91)의 높은 릴리스 포인트와 구속차로 인해 공략에 애를 먹었다. 헥터의 총 투구수는 111개였다. 직구를 68개로 가장 많이 던졌다. 최고 구속은 151㎞. 변화구는 체인지업(29개) 슬라이더(11개) 커브(3개)를 던졌다. 최저 구속은 123㎞ 커브였다. 최고와 최저의 구속 차이는 30㎞ 정도 났다.

헥터의 투구 패턴을 NC전 한 경기로 전부 다 봤다고 볼 수 없다. 그는 "오늘 경기가 100% 내 모습이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이렇게 던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헥터와 로저스의 투구 구종은 같다.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4가지 구종을 주로 던진다. 직구 구속은 헥터와 로저스 모두 150㎞ 초반까지 찍을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로저스가 조금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둘다 큰 구속의 차이로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승부구로 던지는 변화구는 차이가 있다. 헥터의 경우 체인지업을 필살기로 한다. 반면 로저스는 체인지업 보다 커브와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진다.

로저스는 이미 검증을 마쳤고, 헥터는 첫 관문을 잘 통과했다. 두 A급 외국인 선발 투수는 이번 시즌 내내 비교대상이 될 것 같다.


창원=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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