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현수 부친 "항상 잘하는 아들, 이겨낼 것"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4-01 13:06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시범경기가 6일 (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오리올스 김현수가 4회말 세번째 타석에서 투수앞 땅볼로 아웃되고 있다.
플로리다(포트마이어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06/

2005년 8월31일이었다.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PC방으로 몰려 들었다. 족히 20명은 넘을 것 같은 까까머리 고등학생들. F5를 누르기 바빴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새로 고침'에 집중했다. 그 무리에는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도 있었다.

이날은 대표팀 소집 첫 날이었다. 한 편으론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신일고 3년 강타자 김현수.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없었다. 김현수는 후에 "창피했다. 2차 7라운드 지명이 끝날 때 PC방을 나왔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 김진경 씨. '내 능력이 부족해서 아들이 프로를 못 가는 건가.'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고 한다.

김 씨는 막내 아들인 김현수를 위해 어려서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몸에 좋은 음식을 공수해왔고 지압법까지 배웠다. 또 차가 없는 스무살 아들을 위해 쌍문동 집과 잠실구장을 수차례 오갔다. 자연스럽게 두산 팬이 됐다. 그렇다고 차 안에서, 집에서 야구 얘기를 한 적은 없다. "내가 말 안하는 게 편하다. 괜히 이렇다 저렇다 야구 얘기를 했다간 아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워낙 알아서 잘 하는 아들이다. 프로에 들어와 큰 걱정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최근 미국 현지에서 들려오는 얘기에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2년 간 700만 달러라는 좋은 조건에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이지만 벅 쇼월터 감독과 구단은 '마이너리그에서 경험을 쌓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기회도 보장해 주지 않은 채 일방적인 통보로 야구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 야구인은 "차라리 김현수의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면 어땠을까. 볼티모어가 저런 행동을 못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일단 이날은 김현수가 구단 측에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상황. 볼티모어의 25인 개막 로스터가 어떻게 꾸려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진경 씨는 통화 내내 "(지금의 상황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효자인 우리 막내 아들이 워낙 잘 알아서 하니깐"이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으로 출국한 뒤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그저 안부를 묻는 수준이었다. 조만간 며느리가 들어간다"며 "프로에 입단한 뒤 현수는 항상 잘 했다. 지금도 잘 하고 있다.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이겨낼 것"이라고 응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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