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휘봉을 잡은 첫 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김태형 감독. 그의 야구 색깔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공격적인 플레이'다. 투수, 타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싸움닭 같은 모습을 원한다.
무사 만루 찬스, 타자는 노리는 공이 왔다면 초구부터 휘둘러야 한다. 투수는 맞더라도 도망가면 안 된다. "던지는 모습이 좋았다", "자기 스윙을 했다". 김 감독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늘 과정에 집중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은 어떨까. 일단 지난해와 올해 멤버 구성이 거의 같다. 도루 개수가 갑자기 불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얘기다. 팀 내 평가를 보면, 주루 능력이 가장 출중한 선수는 오재원과 정수빈이다. 10점 만점에 10점이다. 그 뒤는 고영민과 허경민 김동한 정진호 순. 헌데 고영민은 몸 상태에 늘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예전 같은 센스와 스피드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는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 올해야말로 '허슬두' 야구를 실현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바로 93년생 대졸 신인 조수행, 서예일 때문이다. 이들은 남다른 주력뿐 아니라 미친 센스로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평소 "어린 선수들은 1군 캠프보다 2군 캠프에서 경험을 쌓는 편이 낫다"던 김 감독도 이 둘은 호주 시드니 캠프에 이어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까지 데려가기로 했다.
건국대 출신 조수행은 대학리그 4시즌 동안 92개 도루를 성공했다. 90경기에 출전했으니 매 경기 1개꼴로 베이스를 훔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예상을 깨고 신인 2차지명에서 1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통산 타율 0.295, 장타율도 0.384밖에 되지 않았지만 남다른 도루 실력과 높은 출루율(0.417)에 구단이 배팅했다.
두산 스카우트에 따르면 조수행은 전형적으로 빠른 야구를 하는 선수다. 대학교 외야수 중 주력이 가장 빠르고 기습 번트에 능하다. 또 출루하면 집중력이 좋아 잠시의 틈도 놓치지 않고 반응한다. 코치들이 "타고난 센스"라고 감탄한 대목이다. 수비도 합격점이다. 넓은 범위, 강한 어깨, 정확한 송구로 대학교 때 이미 프로 수준의 수비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수빈도 인정했다. 그는 호주 시드니에서 "당장 1군에서 대주자나 대수비로 뛰어도 손색 없다"고 했다. 얼굴도 곱상해 제2의 정수빈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 그는 12일 청백전에서는 3타수 3안타(3루타 1개) 2타점 2도루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동국대 서예일은 유격수 김재호의 백업 후보다. 대학리그에서 슬럼프를 겪다가 지난해 6월부터 살아나기 시작해 지명을 받았다. 두산 스카우트는 "원래 공,수,주에서 안정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였다. 그러나 춘계리그전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전체적인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다"며 "여름이 다가오면서 타격자세가 안정됐다. 타격포인트가 앞에서 형성돼 밸런스가 안정된 것은 물론 리듬감이 생겼다"고 했다.
방망이가 잘 되니 수비도 업그레이드 됐다. 그는 대학 시절 수비가 안정적이고 어깨도 강한 편이지만 송구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두산 마무리 캠프에 합류해서는 "내야 어디에 기용해도 무난히 대수비를 할 선수"라는 얘기를 들었다. 또한 수행과 마찬가지로 단독도루가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다. 두산 스카우트는 "항상 전력질주하는 스타일이다. 빠른 주력에 센스도 갖고 있다"고 했다.
결국 이 둘은 시드니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훈련하며 "자신감 있게 야구한다. 위축되는 모습이 없다"는 극찬을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받았다. 나아가 김 감독은 "시범경기까지 기회를 주고 지켜볼 생각"이라는 말까지 했다. 과연 올해 두산은 무늬만 '허슬두'가 아닌, 도루 개수로 '허슬두'를 증명할 수 있을까. 갓 대학교를 졸업한 루키 두 명이 새 바람을 넣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