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무엇 때문에 이대호를 원했을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2-03 18:13 | 최종수정 2016-02-03 18:13


이대호의 선택은 시애틀 매리너스였다. 시애틀은에는 1루수 애덤 린드와 지명타자 넬슨 크루즈가 버티고 있지만, 이대호를 영입해 중심타순의 옵션을 다양화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애리조나주 롯데 전훈캠프서 훈련중인 이대호.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메이저리그 입성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던 이대호의 선택은 시애틀 매리너스였다.

이대호가 지난달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입단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팀은 시애틀을 포함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세 팀이었다. 선택권은 이대호에게 있었지만, 결국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시애틀이 이대호를 선택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시애틀은 1년간 인센티브를 포함해 400만달러를 제시했다. 인센티브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뛸 경우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았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400~450타석을 채우면 인센티브를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보면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대호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시애틀은 일본계 기업 닌텐도가 대주주로 구단을 운영하는 팀으로 아시아 선수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대호의 경우 시애틀의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 팀이 아마추어 시절부터 눈여겨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가 프로에 입성한 이후에도 꾸준히 지켜보면서 실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해왔다는 이야기다.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KBO리그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높인 뒤 2012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오릭스와 소프트뱅크에서 4시즌 동안 타율 2할9푼3리, 98홈런, 348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31홈런에 98타점을 올리며 일본 진출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시애틀 스카우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시애틀은 이대호에 대해 기복이 적고, 파워와 정확성을 고루 갖춘 타격 실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내부적으로 시애틀은 어떤 이유로 이대호 영입을 추진했을까. 시애틀은 1990년대 랜디 존슨, 켄 그리피 주니어,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을 앞세워 아메리칸리그의 강팀으로 군림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고, 2010년부터는 승률 5할을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76승86패로 서부지구 4위에 그쳤다.

넬슨 크루즈, 로빈슨 카노, 카일 시거 등 거포들은 수두룩하지만, 타선 자체는 짜임새가 떨어진다. 팀 전체의 출루율이 낮은 팀이다. 지난해 팀홈런은 198개로 리그 5위였던 반면 팀출루율은 3할1푼1리로 리그 11위에 머물렀다. 이대호의 정확한 타격과 출루 능력이라면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여기에 1루수 포지션 강화 측면도 있다. 시애틀은 지난해 12월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거포 애덤 린드를 데려왔다. 린드는 이대호와 같은 1루수다. 하지만 린드는 왼손타자인데다 2012년부터 잦은 부상 때문에 경기 출전이 일정치 못했다. 결국 오른손 이대호와 왼손 린드의 경쟁 체제로 1루수 포지션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대호는 지명타자로도 나설 수 있지만, 시애틀에는 지명타자로 넬슨 크루즈라는 거포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이대호에게 기회가 폭넓게 주어질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이대호로서는 시애틀이 원하는 타격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활용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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