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야구 정상회] 장기 플랜 없는 대한야구협회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2-21 07:51


이번 야구 입시비리를 보면서 드는 생각. '또'. 이쯤 되면 개인의 도덕불감증보다 아마야구 수장기관의 역할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연이어 터지는 비리 문제에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박상희 대한야구협회 회장은 지난 10월 "보다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 투명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협회의 업무 시스템이 안정되지 못해 각종 비리와 구설에 휘말렸는데 앞으로는 절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입시 비리는 또 터졌다.


박상희 대한야구협회 회장
양재동=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5.10.12/
현재 수사대상 대학교는 6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요 대학의 야구부가 이번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각 대학의 입시비리에 대한 제보는 이어지고 있고 아마야구계는 매일 경찰 발표와 언론 보도를 체크하기 바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거래'를 통한 선수 영입이다. 이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야구부로 수십년 간 자행된 일이다. 한 야구인의 말을 빌려보자. "중학교에 특급 유망주가 있다고 치자. 이 학생이 갈 곳은 대충 정해져 있다. 그러면 나머지 선수들 학부모 사이에서 눈치 작전이 벌어진다. 어느 고등학교를 가야 성적을 낼 수 있을지, 또 누구와 함께 가야 받아주는지. 모든 고교 야구부에는 입학 제한이 있어 2학년 때부터 모종의 거래가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결국 지도자와 학부모가 '거래'에 익숙하단 얘기다. 그라운드 밖에서 벌어지는 '로비 문화'다. 대학교 진학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상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는 선수가 대학 진학을 선택하기 때문에 뒷거래는 더 활발할 수밖에 없다. 굳이 지도자가 돈을 요구하지 않아도 학부모가 알아서 상납한다는 뜻이다. 부모의 마음이야, 프로 선수로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자식이 대학 졸업장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것일 테니깐.

늦었지만, 협회가 칼을 빼 들어야 할 시기다. 그동안 협회는 호질기의(護疾忌醫)의 모습을 보였다. 이는 '병을 감싸고 치료를 꺼리다'라는 뜻으로, 문제가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거나 자기의 결점을 덮어 감추고 고치려 하지 않음을 비유한다. 또 당동벌이(黨同伐異) 협회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이 말은 일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뜻이 같은 무리끼리는 서로 돕고 그렇지 않은 무리는 배척한다는 의미. 내부적으로 아주 시끄러웠다.

이 모든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은 강력한 액션이다. 해당 학교를 퇴출하는 등 제재가 필요하다. 아울러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뜯어 고쳐야 한다. 연세대의 경우 대학 감독과 고교 감독, 서울시 야구협회 고위임원, 서울시 야구협회 관계자가 연루돼 있다. 고려대는 대학 감독과 학부모, 동문회 관계자가 수사대상에 올랐다. 개인이 아닌 해당 학교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

박상희 회장은 "선수, 지도자, 심판, 경기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통합관리시스템을 KBO와도 연계할 생각"이라며 "야구협회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머지않아 야구협회가 모범적인 단체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 너무 멀다. 할 일도 많다.


한 야구인은 "비리의 연루된 감독에 대한 제재는 있다. 실형을 받을 경우 5년 동안 등록이 불가능하고, 100만원 이상 벌금이면 2년 등록이 안 된다. 하지만 이것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뜯어고칠 수 없다"면서 "극단적으로 감독이 선수 선발시 면접장에 들어오지 않는 등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많이 투명해졌다고는 하나, 3년 전 입시 비리 사건이 터진 이후 협회가 나서서 바꾼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협회가 적극적인 움직임과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지 않는다면 아마야구는 같은 문제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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