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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임훈 사태는 없다. '롯데가 달라졌어요'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2-11 11:20


롯데가 심수창의 반대 급부로 영입한 박한길을 자동 보호한다. 스포츠조선 DB.

'우리 롯데가 달라졌어요.'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야구인들의 평가가 달라졌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보인 행보 때문이다.

우선 수준급 외국인 선수 3명과 일찌감치 재계약을 했다. 린드블럼, 레일리, 아두치가 내년에도 부산 사직구장을 홈으로 쓴다. 팀 최대 약점이던 불펜도 보강했다. SK 필승계투조 윤길현, 넥센 마무리 손승락을 영입했다. 집토끼 심수창을 잡지 못했지만, 외부 FA 영입에 확실한 방점이 찍힌다. 신동빈 구단주의 적극적인 지원에다 구단 수뇌부가 협상력을 발휘한 결과다.

보상 선수 영입도 쏠쏠했다는 평이다. 심수창의 반대 급부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한길은 140㎞ 후반대의 묵직한 직구가 인상적이다. 보완할 점이 많긴 해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화에서 방출된 '대학리그 오승환' 최영환까지. 롯데는 군에서 제대한 고원준, 프리미어12에서 호투쇼를 보인 정대현에다 내년 시즌 마운드에 힘을 보탤 자원이 대거 늘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넥센에게 건넨 20인 보호선수 명단, 그리고 박한길이다. 손승락을 영입한 롯데는 규정에 따라 20인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날짜로는 10일부터 12일까지였고, 명단을 받은 넥센은 그로부터 3일 이내에 보상선수 한 명과 손승락의 연봉 200%, 또는 보상선수 없이 손승락의 연봉 300%를 선택하면 됐다.

그런데 롯데가 박한길을 자동 보호했다. 일찌감치 넥센에 20인 명단을 건네면서 '제2의 임 훈 사태'를 막았다. 무슨 얘기일까. 롯데는 9일 박한길을 지명했다. KBO는 그를 11일 롯데 선수로 공시했다. 이전까지 박한길은 한화 선수라는 의미. 그 사이에 롯데가 10일 20인 명단을 넥센 쪽에 보냈다. 이번에 영입한 박한길을 보호선수에 포함할지, 말지를 고민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만약 롯데가 하루라도 늦게, 아니면 12일에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보냈다면 넥센이 다시 박한길을 지명할 수도 있었다. 4년 만에 벌어지는 '제2의 임 훈 사태'다. 임 훈은 2011년 겨울 부산과 인천을 바쁘게 오가야 했다. FA 임경완(롯데→SK)의 반대 급부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가 20일 만에 다시 SK행을 통보 받은 것이다. 당시 롯데는 해외 진출이 무산된 FA 정대현을 전격 영입했다. 이후 SK에 넘겨준 20인 보호선수 명단에는 임 훈의 이름이 없었다. 2000년 첫 FA 선수가 나온 이래 처음 발생한 '리턴픽'. 보상선수가 다시 보상선수가 되는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규정대로라면 타 팀으로부터 영입한 보상선수는 군보류선수, 당해 연도 FA, 외국인 선수와 달리 자동 보호가 되지 않는다. 다음 시즌 함께 하려고 하면 명단에 포함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롯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넥센에 건넬 보호선수에 대한 내부 회의가 끝났기 때문에 공시가 나기 하루 전인 10일 바로 명단을 보냈다. 롯데는 이제 내년 시즌 야구 잘하는 일만 남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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