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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김인식 감독의 잇단 수상, 왜 불편한가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2-08 00:44


김인식 감독이 7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5 일구상 시상식에서 일구대상을 수상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일구대상 뿐만 아니라, 카스포인트 어워즈 특별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잇단 수상 뒤에 그림자는 분명히 있다. 우승을 했지만 대표팀 시스템은 여전히 밝지 않다. 옆에 축하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성근 감독도 항상 "대표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2.07/

프리미어 12에서 기적적인 우승을 일궈낸 김인식 감독은 상복이 터졌다.

일구회 대상과 카스포인트 어워즈 특별상을 수상했다. 프리미어 12를 통해 '단기전 마스터'의 품격을 보여줬다.

부담이 많았던 대회였다. "10명의 대표급 선수가 빠졌다"는 그의 말처럼 대표팀 구성이 쉽지 않았다.

병역혜택이 없는 대회였다. 몸이 생명인 프로 선수들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프리미어 12 당시 "포지션에 필요한 선수를 찾는데, 부상이라고 하면 난감하다. 다른 구단에서 또 다른 선수를 찾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했다. 게다가 "자칫 대표팀에 합류, 부상이라도 당하면 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어서 마음을 졸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흐트러질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라가 부르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라는 명쾌한 논리로 상황을 정리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감독의 무거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원칙은 아니었다. 그는 "너무 국가관을 부르짖어도 안된다"고 했다. 무조건적인 선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의 횡포,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부름을 무시하는 이기주의를 동시에 경계하는 '유연한 원칙'이었다.

'11.19 대첩'을 만들어냈다. 11월 19일 일본과의 4강전에서 9회까지 0-3으로 끌려가다 대거 4득점, 거짓말같은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일본 야구의 심장부 도쿄돔에서 이뤄낸 쾌거였다. 내친 김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초대 챔피언이 됐다.


결국 대회 전 4강도 불투명하다는 비관적 전망을 우승이라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은 매우 치밀했다. 단기전의 특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김인식 감독이었다.

선발예고를 최대한 늦췄고, 선수의 특성을 감안한 예리한 용병술을 보였다. 4강 일본전에서 0-3으로 끌려가던 경기 중, 후반 적절한 계투작전으로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1점이라도 추가실점을 했다면, 심리적인 타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역전확률이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9회 오재원을 선두타자, 손아섭을 후속타자로 대타작전을 펼쳤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적격인 '겁없는' 오재원을 선두타자에 배치했고, 타격의 정교함이 돋보이는 손아섭을 찬스를 이어주는 카드로 활용했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배치였다. 결국 한국은 9회에 대거 4득점, 전세를 일거에 뒤집었다.

완벽한 투구를 펼치던 선발 오타니 쇼헤이를 7회 일찍 내린 일본 고쿠보 감독과 극과 극의 비교가 되는 장면이다.

그는 한국의 우승을 결정된 뒤에도 한국 야구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는 "미국 선수들의 외야 송구능력과 일본 투수들의 하체를 이용, 힘을 모아 던지는 것은 매우 부럽다. 우리도 저런 자원들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실제 한국야구는 국내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지만, 특급 유망주들의 출현하는 빈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프리미어 12에서 자신의 모든 응축된 경험과 지도력을 발휘한 김 감독이 잇달아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 야구의 '구원 투수'로 등판한 김 감독을 언제까지 믿고 있을 수만은 없다. 김 감독의 걱정처럼 한국야구의 미래와 대표팀 시스템은 많이 허술하다.

일본과 비교만 해도 알 수 있다. 1971년생 고쿠보 감독은 44세다. 일본에서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사령탑이다.

현역 시절 보여줬던 뛰어난 리더십이 있었다. 소프트뱅크와 요미우리에서 양 구단의 주장을 역임했다. 일본프로야구 선수회 이사장을 5년간 맡기도 했다.

그는 2017년까지 계약이 돼 있다. WBC가 열리는 해다. 이 대회 우승을 위해 3년 간의 시간을 줬다. 프리미어 12는 고쿠보 감독이 이끄는 사무라이 재팬의 첫 번째 출발점이다. 이해할 수 없는 투수교체가 있었지만, 그가 경질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2017년 WBC에서 우승한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계약이 연장될 수도 있다. 매우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뼈아픈 패배를 했지만, 여전히 일본 대표팀의 미래는 밝다.

반면, 한국은 김 감독의 절묘한 용병술로 프리미어 12에서 우승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담보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대표팀 감독 전임제도 되지 않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 뿐만 아니라 대표팀 시스템도 많은 격차가 있는 한-일 양국의 야구다. 게다가, 한국은 2017년 WBC에서도 최강팀을 꾸린다는 보장이 없다. 병역혜택 등 확실한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감독의 잇단 수상은 축하할 일이지만, '불편'하다. 그도 당장 '야인'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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