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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5만 달러(약 150억원). 넥센 히어로즈는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선물한 이적료를 어떻게 쓸까.
박병호의 연봉 협상이 마무리 됨에 따라 넥센도 포스팅 비용 수령을 눈앞에 뒀다. 미네소타와 박병호는 2일(한국시각) 계약 기간 4년, 보장 금액 12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5년째 옵션은 구단이 갖고 있는데, 좋은 활약을 보일 경우 2020년 6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이로써 미네소타는 앞서 포스팅 비용으로 적어낸 1285만 달러를 넥센 구단 통장에 입금해야 한다. 150억원은 한 시즌 구단 운영비 절반에 가까운 큰 금액이다.
이는 넥센 구단의 모토이기도 하다. 자금적인 여유가 있어도 굳이 무리하게 FA 영입전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각각 롯데와 kt 유니폼을 입은 손승락과 유한준에게도 구단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베팅을 하며 성의를 보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누가 봐도 '거품'이 잔뜩 낀 FA 시장. 이장석 대표는 선수 몸값 부풀리기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 한다.
여기에는 젊은 선수들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재돼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능력을 믿는 것이다. 넥센은 매년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애를 먹는 듯 보여도, 한현희 조상우를 키운 구단이다.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프로에 뛰어든 동기와 비교했을 때 유독 눈에 띄는 활약을 한 두 명의 투수가 바로 넥센 소속이다. 야수 쪽으로 눈을 돌려봐도 서건창, 김하성, 고종욱이 차례대로 튀어 나왔다. 염 감독은 적절한 체력 안배를 통해 선수의 몸을 보호하고 때론 강한 질책으로 성장을 유도했다.
그렇다면 1285만 달러를 받아 든 이 대표는, 연봉으로 최대 1800만 달러를 수령하는 조건에 도장을 찍은 박병호의 협상 결과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생갭다 적은 게 사실이지만, 밖에서 적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선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병호는 4년 간 꾸준히 KBO리그 MVP 수준의 활약을 했다. 그에게 MVP는 지키는 타이틀이지 도전하는 타이틀이 아니었다"며 "그런 선수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우리가 국내에 남아 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 혹독하고, 이번 연봉 협상도 본인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물론 강성 에이전트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협상 테이블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박병호는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잡음 없이 일찌감치 계약을 마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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