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초대 '프리미어12'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사실상 일본야구기구(NPB)가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 재진입'의 목적을 가지고 만든 대회였기 때문에 우승이 당면과제였다. 이를 위해 엄청난 자금력을 동원했고, 그 '엔화 파워'로 이른바 '갑질'을 해댔다. 대회 일정과 선수단 이동, 심판 배정 등에서 일본에 유리하도록 엄청난 꼼수를 부렸다.
|
하지만 이런 꼼수로는 정정당당한 실력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만 증명했다. 19일 일본 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한국에 3대4로 역전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기 때문. 일본 열도가 어마어마한 충격에 빠진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던 오타니를 불과 85구만에 교체한 고쿠보 히로키 일볼 대표팀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고쿠보 일본 대표팀 감독의 성급함 때문이다. 고쿠보 감독은 한국과의 준결승을 치르기도 전에 이미 '결승전 선발'을 예고했다. 준결승 당일인 19일 낮에 일본 닛칸스포츠는 "사무라이 재팬이 다케다 쇼타를 결승전 선발로 18일에 이미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선발의 결정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고쿠보 감독의 멘트가 없지만, 그가 이미 팀내에서 결승 진출을 기정사실화 했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야구 경기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분명히 객관적 전력에서 '강팀'과 '약팀'이 있지만 늘 그 전력대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 한국 대표팀 김인식 감독도 일본에 대역전승을 거둔 뒤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강자가 약자에게 질 때도 있다. 경기는 해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할 순 없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야구의 기본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반면 고쿠보 감독은 미리 결과를 속단하는 바람에 한국전 대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이미 수많은 일본 야구팬들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팀내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고쿠보 감독의 실정을 더 깊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리더십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맥이 완전히 풀린 상황에서 준결승전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일본이 오타니가 아닌 투수들이 나온 경기에서 꽤 고전했다는 점이다. 물론 B조 예선에서 5전 전승을 거뒀지만, 아슬아슬한 경기가 많았다. 예선 2차전인 11일 멕시코전에서는 9회초 5-5로 따라잡혔다가 9회말 나카타 쇼의 끝내기 안타 덕분에 이겼다. 12일 도미니카 전때도 7회까지 2-2로 고전하다가 8회에 결승점을 내 4대2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미국은 10대2로 쉽게 이겼지만, 베네수엘라를 상대로는 9회초까지 4-5로 끌려가다 9회말에 또 간신히 역전 끝내기 승을 거뒀다. 모두 오타니가 없이 치른 경기들이었다.
만약 미국과 멕시코의 준결승에서 멕시코가 탈락하게 된다면 일본으로서는 더욱 힘든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멕시코는 일본을 상대로 예선에서 지긴 했지만, 무척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자신감이 살아있는 상태다. 결국 개최국 일본은 3위를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진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