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의 역사 속엔 한국야구를 이끌어간 주역들이 있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한국 야구 스타들의 산실이었다. 큰 대회라는 긴장감 속에서도 맹활약한 선수들은 국내프로와 해외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광주일고 유격수 이종범은 88년 제43회 군산상고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2루타를 날려 팀에 우승을 안겼다. 고교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이종범은 이후 프로무대를 주름잡으며 한국 야구팬이 자랑하는 호타준족으로 사랑받았다.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청룡기에선 강속구가 아닌 방망이로 공주고의 준우승에 보탬이 됐다. 2학년이던 90년 45회 대회에 출전한 박찬호는 주로 우익수로 뛰었다. 타율이 3할1푼6리(19타수 6안타)에 3타점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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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고 이승엽이 93년 청룡기 결승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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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인 이승엽이 고교시절엔 촉망받는 에이스 투수였다는 것은 웬만한 야구팬은 다 아는 사실. 그는 경북고 2학년이던 93년 48회대회 때 군산상고와의 결승전에서 8⅓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7대3 승리를 견인했다. 4승을 따낸 이승엽은 20⅔이닝 동안 5실점(4자책), 1.74의 짠물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홈런왕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였다. 결승전 때 3-3 동점에서 결승 홈런을 쏘아올린 선수가 바로 이승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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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문고를 청룡기 정상에 올려놓은 김선우.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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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문고 김선우와 광주일고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 미래의 메이저리거의 맞대결이 펼쳐지기도 했다. 김선우는 94년 49회 대회 1회전서 광주일고와 맞붙었다. 당시 9이닝 동안 5실점하며 완투승을 챙겼다. 7회 서재응을 상대로 역전 2루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결승전에선 장충고 에이스 유동훈과 맞서 완투하며 쐐기 2점포까지 쏘아올려 5대2 승리로 휘문고에 우승을 선사했다. 이듬해인 95년 50회 대회엔 3학년 서재응과 2학년 김병현, 1학년 최희섭이 활약한 광주일고의 우승이었다. 김병현이 에이스로 우뚝 선 대회였다. 선배인 서재응을 제치고 주축 투수로 활약해 4승에 평균자책점 0.31의 빼어난 투구로 최우수선수가 됐다. 최희섭 역시 타율 3할8푼1리,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면서 거포의 위용을 과시했다. 한국 야구사에서 훗날 메이저리거가 된 세 선수가 한 팀 유니폼을 입고 고교 야구 무대 정상에 오른 것은 1995년 이 대회가 유일하다.
97년 52회 때는 신일고의 봉중근이 원맨쇼를 펼쳤다. 3경기 연속 승리를 따낸 봉중근은 배명고와의 결승에선 4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을 청룡기 첫 우승으로 안내했다. 대회를 통틀어 만루홈런 1개를 포함해 16타수 11안타(타율 0.668), 9타점을 기록한 봉중근은 최우수선수와 타격왕, 타점왕 등 3관왕에 올랐다. LG 류제국 역시 잘던지고 잘쳤다. 2001년 56회 때 김진우(KIA)가 활약한 광주진흥고와의 맞대결서 승리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경기고와의 준결승에선 20개의 삼진을 잡는 괴력을 뽐내기도 하며 혼자 4승을 거둔 류제국은 타율 4할2푼9리에, 8타점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와 우수투수에 수훈선수상까지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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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동산고 시절에도 마운드에서 여유가 있었다.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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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류현진과 강정호도 청룡기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류현진은 2005년 60회 대회에서 모교 동산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3승에 평균자책점 1.64의 기록과 함께 타석에서 타율 3할8푼9리(18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한번도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도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타격을 보인 것은 고교 때 가진 타격 능력 덕분이었다. 피츠버그의 강정호(광주일고)는 고교 때 포지션이 포수였다. 그는 2학년 재학 중이던 2004년 59회 때 16타수 11안타 타율 6할8푼8리로 타격상과 최다 안타상을 받았다. 그러나 광주일고는 강정호의 맹활약에도 광주동성고에 막혀 준결승에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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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 시절의 추신수.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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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는 청룡기에선 투수로 인사했는데 경남고 3학년 때인 2000년 1회전서 완봉승을 했으나 이후 초반 탈락해 더이상 기량을 뽐내지 못했다. 추신수도 청룡기와는 좋은 연을 맺지 못했다. 2학년 때인 99년 투수로 1승1패를 기록했고, 7타수 5안타, 5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역시 초반 탈락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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