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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타수 1안타 5삼진. 쿠바와의 슈퍼시리즈에서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는 기대 이하였다. 기대했던 고척돔 1호 홈런은 나오지 않았고 처음 만난 쿠바 투수의 공에 쩔쩔 맸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괴물'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기록한 2루타는 타고난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국은 이날 4회까지 단 1안타만 때린 채 0-2로 끌려가다가 5회 선두 타자 박병호가 1루수 키를 넘는 행운의 안타로 2루까지 안착했다. 시속 153㎞ 직구가 방망이 안쪽에 맞았지만, 끝까지 스윙을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9회에는 마무리 마츠이 유키의 바깥쪽 낮은 직구를 절묘하게 잡아 당겨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실투가 아닌 공을 원하는 코스로 보냈다.
박병호는 수비에서도 세 차례나 안타성 타구를 잘 막았다. 이날 일본 왼손 타자들은 우리 투수의 공을 제대로 잡아 당겨 빨랫줄 같은 타구를 자주 만들었는데, 번번이 그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른 야수들이 수비에서 몇 차례나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투수를 도와주지 못한 반면 1루수만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셈이다. 박병호는 확실히 거포치고 스피드와 순발력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나쁘지 않은 수비"라고 인정한대로 한일전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였다.
덧붙여, 중심 타선에 위치해 어느 정도 책임감도 필요해 보인다. 그 동안 '국민타자'로 대표팀을 이끈 '선배' 이승엽이 "박병호 같은 타자를 본 적이 없다"는 극찬을 일본 TV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중순 히로시마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마에다 도모노리 해설자는 박병호를 취재하기 위해 목동 구장을 찾았다. 공교롭게 당시 상대는 삼성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승엽은 "박병호가 치면 한국이 이길 가능성이 높고 못 치면 질 것"이라며 남다른 파워를 아주 높게 평가했다.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후배를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이다. 앞으로 후배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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