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5K→멀티히트, 돌아온 박병호에 기대감 쑥쑥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1-09 07:25


8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프리미어 12 개막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5회초 박병호가 1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친 후 김평호 코치와 주먹을 맞추고 있다.
삿포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8.

7타수 1안타 5삼진. 쿠바와의 슈퍼시리즈에서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는 기대 이하였다. 기대했던 고척돔 1호 홈런은 나오지 않았고 처음 만난 쿠바 투수의 공에 쩔쩔 맸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경기 감각.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한 뒤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눈과 몸이 굼뜰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쿠바 투수들의 구위. 직구도 느렸고 변화구는 더 느렸다. 만만히 보고 들어갔다가 오히려 히팅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포스팅 절차. 소속팀이 납득할 수 있는 금액인지 여부가 조만간 공개되는 상황에서 100%의 경기력으로 평가전을 치르기는 다소 무리였다.

하지만 박병호는 프리미어12가 개막되자 KBO리그 최고의 거포 1루수답게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또 미트를 끼고 1루 베이스 부근에서 여러 차례 호수비를 선보이며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괴물'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기록한 2루타는 타고난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국은 이날 4회까지 단 1안타만 때린 채 0-2로 끌려가다가 5회 선두 타자 박병호가 1루수 키를 넘는 행운의 안타로 2루까지 안착했다. 시속 153㎞ 직구가 방망이 안쪽에 맞았지만, 끝까지 스윙을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9회에는 마무리 마츠이 유키의 바깥쪽 낮은 직구를 절묘하게 잡아 당겨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실투가 아닌 공을 원하는 코스로 보냈다.

박병호는 수비에서도 세 차례나 안타성 타구를 잘 막았다. 이날 일본 왼손 타자들은 우리 투수의 공을 제대로 잡아 당겨 빨랫줄 같은 타구를 자주 만들었는데, 번번이 그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른 야수들이 수비에서 몇 차례나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투수를 도와주지 못한 반면 1루수만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셈이다. 박병호는 확실히 거포치고 스피드와 순발력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나쁘지 않은 수비"라고 인정한대로 한일전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대표팀은 0대5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경기를 마쳤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봤다. 쿠바와의 평가전 뒤 "(대회에 돌입하면) 박병호가 해주리라 믿는다"던 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그나마 큰 걱정은 덜었다. 그리고 이는 프리미어12 개막전에 앞서 발표된 '기대 이상의' 포스팅 최고 응찰액의 영향이 커 보인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 구단은 박병호 측과 연봉 협상을 하기 위해 147억원의 높은 금액을 써냈고, 히어로즈는 이를 흔쾌히 수용했다. 사실상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 그는 이제 경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덧붙여, 중심 타선에 위치해 어느 정도 책임감도 필요해 보인다. 그 동안 '국민타자'로 대표팀을 이끈 '선배' 이승엽이 "박병호 같은 타자를 본 적이 없다"는 극찬을 일본 TV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중순 히로시마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마에다 도모노리 해설자는 박병호를 취재하기 위해 목동 구장을 찾았다. 공교롭게 당시 상대는 삼성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승엽은 "박병호가 치면 한국이 이길 가능성이 높고 못 치면 질 것"이라며 남다른 파워를 아주 높게 평가했다.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후배를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이다. 앞으로 후배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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