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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이용규-정근우 테이블세터에 달려있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11-09 10:15


대표팀 정근우가 8일 일본전에서 6회 삼진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삿포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큰 강점 중의 하나는 테이블세터였다.

1,2번 타자가 찬스를 만들면 중심타선이 강력한 한 방으로 불러들이는 득점 루트가 확고했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4강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테이블세터의 활약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한국은 0대5로 완패를 당했다. 일본의 에이스인 오타니 쇼헤이에게 압도당했고, 경기 후반 찾아온 두 차례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일본이 찬스에서 집중력과 팀배팅을 과시하며 한 두점씩 쌓아간 것과 달리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대표팀의 테이블세터는 이용규와 정근우다. 상대 선발이 오른손이면 이용규-정근우, 왼손 선발이면 정근우-이용규순으로 테이블세터를 꾸린다는 것이 김인식 감독의 전략이다. 그런데 이날 이용규와 정근우는 테이블세터로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용규는 4타수 무안타, 정근우는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이용규는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제구력과 직구 스피드에 꼼짝없이 당했다. 오타니와 두번째 투수로 나온 노리모토는 국내에서 상대한 투수들과 질적으로 달랐다. 1회초 첫 타석에서는 오타니의 높은 공을 맞혀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3회에는 143㎞ 몸쪽 포크볼에 서서 삼진을 당했다. 160㎞에 이르는 빠른 공과 140㎞대 포크볼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6회에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8회에는 노리모토를 상대로 잘맞힌 직선타구를 날렸지만 유격수에 잡히고 말았다. 정근우 역시 오타니의 빠른 공과 포크볼의 공배합에 적응하지 못하고 첫 세 타석에서 범타에 그친 뒤 8회 노리모토를 상대로 겨우 볼넷을 얻었다.

대표팀에서 찬스를 만들고 기동력을 발휘해야 할 선수는 사실 두 명 밖에 없다. 두 선수가 침묵하면 아무리 중심타선에서 장타를 날린다 하더라도 득점력을 배가시키기는 힘들다. 한국은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5실점했기 때문에 남은 경기서 대량득점이 필요하다. 이번 대회 규정상 팀간 동률이 생길 경우 득실점 차로 순위를 가리기 때문이다.

지난 4~5일 고척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평가전에서도 두 선수의 컨디션은 그리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2경기서 이용규는 7타수 2안타 3볼넷, 정근우는 9타수 2안타를 각각 기록했다. 소속팀인 한화 이글스에서 정규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한 이용규와 정근우는 지난 26일 대표팀 소집일에 맞춰 훈련을 시작했다. 김인식 감독이 우려했듯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않은 선수들의 게임 감각은 아직 정상 수준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용규와 정근우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굵직한 역할들을 함께 해왔다. 타격감을 회복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대만으로 옮겨서 갖는 남은 조별리그 경기서 두 선수의 분발은 대표팀이 가장 바라는 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이용규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8회초 1사 1,2루서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아웃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삿포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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